
지붕으로 떨어지는 빗물로 전기를 만들어 폭우 상황에서 배수 장치나 경보 시스템을 가동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 나왔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기계공학과 박영빈 교수팀은 빗방울로 전기를 만드는 탄소섬유 복합재 기반 물방울 발전기(S-FRP-DEG)를 개발했다고 15일 밝혔다.
연잎이 물에 젖지 않는 이유는 표면의 미세돌기 때문이다. 현미경으로 잎 표면을 보면 3~10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미세한 돌기가 빽빽하다. 이 돌기들이 물이 닿는 면적을 극도로 줄여 물방울이 퍼지지 않고 동글동글 맺히게 한다.
연구팀은 이 ‘연꽃잎 효과’를 발전기에 적용했다. 탄소섬유 복합재 표면에 미세한 요철을 가공한 뒤 특수 코팅재를 입혔다. 빗방울이 닿는 순간 접촉 면적은 넓히되, 곧바로 구슬처럼 변해 튕겨 나가도록 설계한 것이다.
전기는 바로 이 순간 만들어진다. 빗방울은 양전하를, 복합재 표면은 음전하를 띤다. 빗방울이 접촉했다 떨어지는 찰나 전하 입자가 탄소섬유를 타고 이동하면서 전류가 흐른다. 정전기와 흡사한 원리다.
실험에서 92μL(마이크로리터) 크기 빗방울 하나가 떨어질 때 최대 60V의 전압과 수 μA(마이크로암페어) 전류가 생산됐다. 발전기 4개를 직렬 연결하자 LED 전구 144개가 순간 점등됐다.
기존 금속 기반 물방울 발전기는 빗속 오염물질에 쉽게 부식됐다. 연구팀은 부식에 강한 탄소섬유 복합재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탄소섬유 복합재는 가벼우면서 강해 건물 지붕 외장재로 쓸 수 있는 소재다.
연꽃잎 효과를 모방한 코팅재는 또 다른 장점이 있다. 도심 매연이나 오염물이 달라붙지 않아 야외에서도 성능이 오래 유지된다.
연구팀은 이 발전기를 지붕 모서리와 배수 덕트에 부착해 강우량 실시간 감지 시연에도 성공했다. 빗방울이 많이 떨어질수록 전기 신호가 더 자주 발생하는 원리다.
박영빈 교수는 “외부 전원 없이 빗물만으로 건물이나 교량 같은 도시 기반 시설을 관리하고 침수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며 “향후 항공기나 자동차 등 탄소섬유 복합재가 쓰이는 모빌리티의 자가 전원 기술로 확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이성환 박사와 김재진 연구원이 제1저자로 참여했다.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NRF) 중견연구자 지원사업을 통해 수행됐으며, 그 결과는 소재 분야 국제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11월 20일 온라인 공개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