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새 12점 뛴 은행 문턱...중·저신용자는 어디서 대출받나요

2024-10-15

[FETV=권지현 기자]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을 옥죄면서 신용점수가 900점을 넘는 금융소비자들도 대출 절벽 현상을 맞닥뜨리게 됐다.

고신용자들도 시중은행에서는 이전 만큼의 대출을 기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특히 중·저신용자 비중을 넓히던 인터넷전문은행마저 최근에는 가계신용대출 평균 신용점수가 880점에 육박했다. 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높일수록 중·저신용자는 '돈가뭄'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16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신용대출(신규취급액 기준) 평균 신용점수(KCB)는 938.2점으로 전년 같은 기간(925점)보다 13.2점 높아졌다. 한 달 전(926.4점)과 비교해 11.8점 오른 것으로, 올해 들어 가장 큰 상승폭이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평균 신용점수는 작년 하반기 이후 920대를 유지해왔으나, 지난달에는 940점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뛰었다.

은행 5곳 모두 평균 신용점수가 높아졌다.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 곳은 신한은행이다. 8월 기준 지난해 907점이던 일반신용대출 평균 신용점수는 올해 925점으로 18점 뛰었다. 하나은행은 올해 934점으로 전년 동기(919점)보다 15점 올랐으며, KB국민은행은 948점에서 960점으로 12점 상승했다. 특히 국민은행은 국내 19개 은행 중 대출자 평균 신용점수가 가장 높았다. 이외 NH농협은행(929점)은 1년 새 11점, 우리은행(943점)은 10점 높아졌다.

인터넷전문은행은 5대 은행보다 더 크게 신용점수가 상승했다. 지난 8월 기준 인터넷은행 3사(케이·카카오·토스)의 평균 신용점수는 879.3점으로 1년 전(866.3점)보다 13점 올랐다.

이 때문에 제1금융권에서 밀려난 중·저신용자는 제2금융권을 찾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않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가계신용대출 상품 78개의 900점 초과 및 801~900점 대출 취급 비중은 평균 각각 3.6%, 23.4%로 지난해 8월(2.5%·18.2%)보다 확대됐다. 저축은행에서 가계신용대출을을 받은 10명 중 약 3명은 신용점수가 800점을 넘어선다는 뜻이다. 600점 이하에게 내준 저축은행도 작년 8월에는 13곳이었으나 올해는 10곳으로 3곳 줄어들었다. 8월 기준 500점 이하 차주에게 내준 저축은행은 웰컴·세람·스타 3곳에 불과하다.

가계대출 상승세를 누르려는 금융당국의 압박에 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높이는 사이, 중·저신용자들은 자금 수혈이 막혀 고통받고 있다. 이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렸지만 대출 고금리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은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A은행 관계자는 "저신용자 차주에게 대출을 내주려면 대출 원가가 낮아져야 하는데 기준금리 인하는 이미 시장에 반영돼 있는 데다 당국이 가계부채 및 연체율 관리를 주문하는 추세라 중·저신용자 신규대출 취급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코로나 시국 이후 신용 접근이 더 어려워진 중·저신용자들을 대상으로 신용회복 지원이 가능하도록 개인신용평가사들이 새로운 신용평점 산정방식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들이 신규대출 발생여부 결정에 활용하고 있는 신용점수는 부채수준이나 상환이력 등을 고려해 산정되는데, 기존의 신용평가시스템 하에서 개인은 급작스런 실직이나 재정능력 상실로 인해 신용점수가 하락하면 신규대출이 더 어려워져 결국에는 채무가 없으면 신용점수도 얻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B은행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심사가 덜 까다로운 기존 대출 연장의 경우에도 최근 들어선 이전보다 3배가량 엄격하게 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과거에는 연체 이력만 봤다면 작년 연말 이후에는 기존 대출 연체 일수는 물론 수년 간의 연체 및 상환 추이까지 들여다보고 있어 상대적으로 고금리 적용을 받는 중·저신용자들은 신규대출은 물론 기존 대출 연장마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