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무죄→2심 유죄...대법서 다시 뒤집혀
대법 "개인정보취급자에 해당"
[서울=뉴스핌] 홍석희 기자 = 대학수학능력시험 감독 중 알게 된 수험생 전화번호로 "마음에 든다"고 연락한 공립학교 교사를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공립학교 교사 A씨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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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2018년 11월 서울의 한 수능 고사장 감독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수험생 B씨의 연락처로 "사실 B씨가 맘에 들어서요" 등의 메시지를 발송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개인정보보호법 19조는 '개인정보처리자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는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1심은 "A씨의 행위가 부적절하다"고 인정하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상 A씨는 서울시교육청이라는 '개인정보처리자'의 지휘를 받는 '개인정보취급자'에 불과하다는 취지다.
개인정보취급자의 경우는 부정한 방법으로 개인정보를 취득하거나 이를 누설·훼손하는 행위 등만 처벌할 수 있다고 1심 재판부는 해석했다. A씨처럼 개인정보를 '이용'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처벌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2심은 "1심 판단은 개인정보보호법 입법취지는 물론 개인정보를 두텁게 보호하고자 하는 개인정보보호법의 입법 목적까지 저해하는 것이어서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며 다르게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A씨는 교육청으로부터 수능 감독관으로 임명돼 시험감독 업무 수행을 위해 개인정보처리자인 교육청으로부터 수험생들의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받은 것이므로 '개인정보처리자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에 포섭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B씨는 A씨의 연락을 받고 두려워서 기존의 주거지를 떠나는 등 큰 정신적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그런데도 A씨는 변명하며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대법원은 원심을 뒤집고 A씨가 '개인정보취급자'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임직원 등 개인정보처리자의 지휘·감독을 받아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자인 개인정보취급자가 개인정보처리자의 업무 수행을 위해 개인정보를 이전받는 경우, 위와 같은 개인정보취급자는 '개인정보처리자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hong9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