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석 가천대 반도체대대학 석좌교수 인터뷰
삼성전자 경쟁 기업, 3~4.5배 연구 인력 보유
고교 정규과목으로 반도체 관련 수업하는 대만
대기업뿐 아니라 중견·중소기업 계약학과도 필요
대기업뿐 아니라 중견·중소기업 계약학과도 필요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로 이공계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의대 정원이 늘면서 이공계 인재에 '의대 쏠림'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공계 학생들이 대기업 취업이 보장되는 이공계 대학 입학을 의약학계열 학과에 중복 합격했다는 이유 등으로 포기하고 있다. 지난해 SK하이닉스 반도체 계약학과 정시 합격자가 등록을 포기한 비율은 모집 정원 대비 200%였다. 삼성전자 반도체 계약학과는 166%였다.
이공계 인재가 부족해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 반도체 산업은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현재 세계 1위 기업인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 TMC의 시가 총액은 2015년 삼성전자에 3분의 2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는 대만 TSMC에 최근 2개 분기 연속 매출에서 밀리고 있다.
30여년을 삼성전자에서 근무한 김용석 가천대학교 반도체대학 석좌교수(반도체교육원장)를 지난 4일 경기도 성남시 가천대 연구실에서 만났다.
김 교수는 대기업 계약학과뿐 아니라 중견·중소기업의 계약학과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기업의 이공계열 연구 인력이 해외 기업보다 많게는 4배 이상 부족한 점도 지적하며 이공계 인재 양성에 정부와 대학이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했다.
이공계 인재의 의대 쏠림 현상에 대해선 이공계열 직군을 '마스터' 혹은 전문직으로 승격하는 등 직업의 안전성과 보람을 느낄 수 있게 할 요인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중국에서는 우수 인재가 이공계로 주로 유입되고, 해외에서 경험을 쌓은 이들도 귀국해 자국 반도체 산업 부흥에 헌신하고 있는 이유다.

<이하는 일문일답>
-의대 정원 증원이 이공계 '의대쏠림' 현상을 심화한다는 지적이 있다
▲ '의대쏠림'은 반복되온 문제다. 여기에 의대 정원 증원으로 우수 이공계 인력이 의대로 빠질 가능성이 더 크다. 올해 1509명이 늘어난 의과대학 입학 정원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 등 4개 이공계열 특수목적대학의 모집 정원을 넘어선다. 다른 상위권 이공계 대학까지 합하면 그 규모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움직임은 이공계 전체의 위기를 초래할 것이다. 이공계열 교육도 중요하지만 우수 인력이 존재해야 이에 걸맞은 교육이 가능하다.
-우수 인재에게 이공계가 더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기 위해선
▲ 이공계열 직무가 전문직으로 여겨져야 한다. 청년들이 전문가라는 인식 아래 목표를 갖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이들의 생각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선 이공계열 직업에서 안전성과 보람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전문직군으로 나이가 들어서도 꾸준히 일하고 공부할 수 있도록 관련 체제 구축이 필요하다. 임원으로 승진해도 결국 회사를 떠나야 한다. 의사 제도 중 '펠로우' 같은 직위를 이공계열 직군에도 신설해 전문가로 기업 등 다양한 분야야에서 계속 근무할 수 있도록 하고, 이들에게 지금보다 더 높은 연봉을 책정해야 한다.
초·중·고등학교 시기부터 이공계 분야에 관심을 갖는 게 근본적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이 이공계 분야에 자연스럽게 흥미를 느끼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이공계 과목은 어렵기에 재미있게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다.
-대학 이전 시기에 교육 부분에 대해 구체적인 사례를 들자면?
대만은 이미 반도체 교육을 고등학교 정규 교육 과정에서 진행하고 있다. TSMC는 2022년부터 대만 내 일부 고등학교에서 6주간 반도체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이 교육을 통해 반도체 제조 공정을 배우고 실습도 나간다. 2023년부터는 이공계열 관련 수업이 전국 고등학교 정규 교과에도 들어갔다. 문과생도 들어야 한다. 우리도 이러한 교육 정책들을 고민해봐 야 한다.
-해외 기업을 택하는 이들이 많다던데 이공계열 인재에 구직 현황은 어떤가
▲ 국내 유수에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아도 해외 기업에 가는 경우가 많아지는 등 인재 유출 현상이 빈번하다. 국내 대기업에 입사해도 이를 해외 기업에 가기 전 관련 직무를 접하는 일종의 경험처럼 여기는 이들도 생겼다.
-이유가 뭔가
▲ 우수한 학생일수록 자신보다 더 뛰어난 이들과 경쟁해 보고 싶어 한다. 자기 능력에 걸맞은 대우도 받고 싶어 한다. 국내에서 이런 부분들이 충족되지 않으면, 이들은 언제든 해외로 눈을 돌린다.

-이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기업의 계약학과에서 우수한 이공계 인재가 배출되고 있지만, 실무 경험이 풍부한 교수진이 부족하다.
첨단 산업군에서 원하는 기술 개발을 할 수 있는 인재를 키우기 위해선 기업체 근무 경험이 있는 교수진이 필요하다. 이들이 최신 산업 동향과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파악해 이를 실질적인 결과물을 낼 수 있는 프로젝트를 학생들과 미리 진행해 볼 수 있다.
이공계 교육에서는 실제로 만들어 보고 실패를 경험해도 다시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그래서 이를 경험할 볼 수 있는 프로젝트 기반 교육을 강화하고 관련 교과목을 개발해야 한다.
-다른 반도체 공정은 어떤가
▲ 전체적으로 인력이 부족하다. 반도체는 설계도 중요하지만 후공정(패키징)도 중요하다. 후공정은 보통 중견·중소기업이 담당한다. 중견·중소기업은 자금이 부족하다. 정부가 약 50%를 지원하고, 나머지는 기업이 분담하는 형태의 계약학과도 필요하다.
-이공계열 교수진뿐 아니라 연구 인력 확충은 어떤가
▲ 연구 인력이 아주 부족하다. 파운드리 부분에서 삼성전자가 약 2만 명, 대만 TSMC가 약 6만 명인 실정이다. 시스템 반도체 설계를 보면 삼성은 약 1만 명, 퀄컴은 약 4만5000 명 정도다.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나
▲ 반도체는 초기 비용이 많이 드는 산업으로 정부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반도체 산업은 조 단위의 투자가 필요하다. 정확한 금액을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지금보다 몇 배 이상의 투자가 필요하다.
특히 대학이 우수 인재를 지속적으로 배출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반도체뿐 아니라 이공계 분야 전반적인 인재 양성에 투자해야 한다. 반도체 제작에는 화학공학과 통계 기법, 산업공학 등 많은 이공계열 지식이 필요하다.
aaa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