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韓 자율주행' 위상 높인다… 글로벌 영업 고삐 죄는 스트라드비젼

2025-01-07

스트라드비젼 김준환 대표, 필립 비달 CBO 인터뷰

'글로벌 영업의 장' CES 2025 참가… 7번 째 참가

강력해진 SVNet… 3D 인식 기술 양산 수준 도달

"작년 CES 2024에서 프로토타입으로 선보인 3D 인식 네트워크를 적용한 스트라드비젼의 SVNet이 양산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CES 참가는) 실질적인 사업 성과로 이어지는 전략적 협업을 촉진하는 데 매우 효과적입니다."

김준환 스트라드비젼 대표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매년 초 열리는 국제 가전·IT 박람회 'CES'에서 다시 한 번 글로벌 영업에 나섰다. 자율 주행에 꼭 필요한 '인식' 시스템을 만드는 국내 토종 스타트업이지만, 국내 완성차 뿐 아니라 글로벌 주요 자동차 업체에 기술을 공급하는 만큼 CES는 스트라드비젼의 주요 무대 중 하나다.

특히 올해 CES 2025에 참가하는 김 대표의 각오는 예년과 다르다. 작년 같은 자리에서 미래 양산을 약속하며 내놨던 시제품을 1년 만에 양산 수준에 도달 시켰기 때문이다. 시장 후발주자인 데다 오랜 기간 고착화된 완성차 업체와 협력사 간 관계를 끊고 계약을 따내기 위해선 탄탄한 기술력이 뒷받침돼야 하는 만큼, 올해 업그레이드 된 주력 제품에 한껏 기대를 걸고 있다.

올해로 7번 째 CES에 참가를 결정한 김 대표와, 자율주행 기술론 가장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테슬라에서 근무하다 지난해 스트라드비젼에 합류한 필립 비달 CBO(최고사업책임자)를 만나봤다.

스트라드비젼은 AI 기술 기반의 차량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용 객체 인식 솔루션 'SVNet'을 공급하는 국내 스타트업이다. 흔히 '크루즈 컨트롤'이라 부르는 반자율주행 기능에 필수적인 '사물 인식 기술'을 개발해 완성차 업체에 공급하는 것이다. 사실 우리가 타는 차의 크루즈 컨트롤 기능은 제조사가 자체 제작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업체의 기술이 모여 만들어지는 셈이다.

올해 김 대표의 기대감이 높아진 건 기존 대비 크게 업그레이드 된 SVNet 덕분이다. 기존의 SVNet은 카메라로만 기술을 구현해온 탓에 거리 인식이 어렵다는 한계가 존재했지만, 3D로 객체를 파악하는 '3D 퍼셉션 네트워크(3DP)' 기술이 새롭게 적용되면서 거리 인식이 가능해졌다.

김 대표는 "카메라와 라이다를 비교하면, 카메라는 정보량은 상당히 많지만 거리가 직접적으로 나오지 않는다. 반면 라이다는 직접적으로 거리가 나온다"면서도 "하지만 이제 3D 퍼셉션 네트워크 기술을 통해 카메라로도 거리 정보를 잘 파악할 수 있게 됐다. 결국은 소프트웨어의 힘인 것"이라고 했다.

이어 "3DP 기술 구현을 위해 기존 2DP에서 3DP로 전환하면서 이에 맞는 데이터 취득 및 준비가 해결해야 할 과제였다"며 "SVNet 3D인식 네트워크가 1년 만에 프로토타입에서 양산 수준의 소프트웨어로 발전한 것은 스트라드비젼 기술의 우수성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3DP 기술 구현으로 인한 경쟁력은 명확하다. 가격 대비 뛰어난 '효율성'이다. 기존엔 라이다, 레이더 등 고급 제품에서만 가능했던 거리 측정이 3DP 기술을 통해 보완됐고, 그럼에도 경쟁사 대비 공급가는 저렴하다. 게다가 어떤 자동차 제조사(OEM)의 반도체에 적용해도 무리 없이 작동되는 '적응성'은 스트라드비젼의 최대 장점 중 하나다.

지난해 스트라드비젼에 합류해 김 대표와 함께 CES 영업에 뛰어든 필립 비달 CBO는 "SVNet 3D가 최소한의 계산 리소스로 고정밀 3D 인식을 제공해 효율적이고, 비용 효율적인 기능을 제공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며 "다양한 하드웨어 플랫폼에 대한 적응성은 OEM이 시스템에 관계없이 원활하게 통합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 경쟁사와 비교했을 때, 광범위한 ADAS 및 자율 주행차 애플리케이션에 적합한 확장성과 탁월한 정확성으로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3DP 기술 구현으로 인해 스트라드비젼의 올해 CES 목표는 작년보다 더욱 명확해졌다. 올해 스트라드비젼의 부스에 방문하는 OEM들에게 1년 만에 양산 수준에 도달 시킨 기술력을 어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고객사를 유치하는 것은 물론 기존 파트너들에게 기술력에 대한 확신을 줄 수 있는 자리다.

김 대표는 "기존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CES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유치하고자 한다"며 "글로벌 청중에게 기술적 리더십을 보여주고 브랜드 인지도를 강화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라고 설명했다.

스트라드비젼이 CES에서 공개 부스를 차리지 않고, 초청객만을 대상으로 하는 프라이빗 부스를 꾸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스트라드비젼의 프라이빗 부스는 사전에 초청한 OEM사만을 대상으로 하는데, 한 세션 당 2곳의 고객사 만을 상대할 정도로 세심하게 이뤄진다.

올해 프라이빗 부스의 내부 전시는 크게 ▲보드 데모(실제 SoC 플랫폼 보드에서 동작하는 SVNet의 성능 데모) ▲비디오 데모(신기능, 프로토타입 네트워크 등 새로운 기능·기술을 소개하는 영상) 등으로 나뉘어있다. 3DP 기술이 구현된 새로운 SVNet이 실제로 적용됐을 때 작동하는 모습을 직접적으로 공개하고, 향후 출시될 신기술을 소개해 기술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다.

김 대표는 "올해 본격적으로 개발을 시작해서 양산을 목표로 성숙도를 올리고 있는 3DP 네트워크에 대한 고객들의 관심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며 "CES 2025를 통해 이 차세대 기술이 글로벌 자동차 산업에서 ADAS와 자율주행에 필요한 기술의 기준을 어떻게 새롭게 정의하는지 선보일 뿐만 아니라, 창업의 목표였던 실제 도로에 다니는 운전자, 보행자 등의 자산과 생명을 보호하는 데 기여를 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목표 역시 뚜렷하다. 아직까지 레벨 3 수준의 자율주행 시장이 열리지 않은 만큼, 현재 레벨 2 수준에 머물러 있는 SVNet을 끝없이 발전시켜나가겠다는 의지다. 현재 양산 수준에 도달한 레벨 2 ADAS 기능을 넘어 내년 말까지 자율 주차 등의 기능을 확대해 내년 말까지 또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겠다는 목표다.

그는 "가장 빠르게 양산수준에 도달한 것이 가장 시장성이 높은 레벨2 ADAS 기능 구현 목표의FVC(전면 카메라)기반이고, 이어서 SVC(서라운드뷰 카메라)기반의 자율주차 기능을 지원하는 기술의 양산 개발을 시작했다. 내년말 양산수준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2025년에는 여러 카메라들을 동시에 처리하는 새로운 통합 네트워크로 더 많은 기능을 효율적으로 탑재하고 보다 높은 성능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했다.

지난해 연기됐던 상장(IPO) 역시 빠르면 연내, 늦어도 내년 초까지는 이뤄내겠다는 목표다. 기술 특례 상장 거래소의 심사 기준이 작년 대폭 강화된 가운데 수익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수준을 재정비하고, 올 2분기 기술평가를 거쳐 3분기엔 심사 승인 및 증권신고서 제출하겠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는 "2023년 이후 기술특례 상장에 대한 거래소의 심사 기조가 보다 강화됐다. 과거 기술특례 상장의 경우 기술성에 초점을 맞춰 심사가 진행됐으나, 2023년 이후로 사업성에 대한 평가 중요도가 상향됐고, 작년 10월 기준 심사신청 결과를 수령한 기업의 30%가 상장을 철회하는 등 강화된 심사 기조가 현실화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수익성이 어느정도 인정을 받을 수 있을 것인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IPO를 무리하게 진행한 뒤 목표하는 공모가가 나오지 않아 상장 철회를 하기 보다는, 매출 실적이 본격적 또는 거래소의 인정을 받을 수준으로 시키는 것이 최선이라는 판단 하에 일정을 조정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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