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대수술, 중산층 경감 환영하나 세수 보완은 과제

2025-03-12

개인이 받는 만큼 부담하는 ‘유산취득세’로 개편

세수 매년 2조원 감소…세수 증대 방안 고민해야

기획재정부가 어제 중산층 세 부담 경감을 위해 상속세 과세 체계를 대수술하기로 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핵심은 전체 상속 재산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유산세’ 방식에서 유산을 받는 사람에게 각각 세금을 매기는 ‘유산취득세’로의 변경이다. 1950년 상속세 도입 이후 75년 만이다. 증여세처럼 ‘내가 받는 만큼 세금을 내는 게 형평에 맞는다’는 이유에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14개국은 상속세가 없고, 상속세를 내는 24개국 중에서도 유산세 방식을 쓰는 나라는 한국·미국·영국·덴마크 4개국밖에 없는 점도 고려됐다. 현행 유산세 방식은 자산 전체에 누진 과세해 세 부담이 과중했으나, 개별적으로 세금을 매기면 각자 받은 만큼만 과표가 되기 때문에 세 부담이 줄어든다.

여기에 더해 정부는 배우자 공제를 현행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자녀 공제를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상속세 인적공제 금액이 1997년 이후 거의 변화가 없어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의 상승을 반영하지 못했던 점을 고려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배우자와 두 자녀가 20억원 재산을 물려받을 경우 지금까지 1억3000만원가량 내던 상속세 부담이 없어지게 된다. 정부가 상속세 개편에 나선 것은 집 한 채 있는 중산층도 상속세 부담을 지는 경우가 많아지면서다. 2000년 0.48%였던 국세 수입 중 상속세 비중은 2023년 2.48%로 약 5배 증가했다.

정부는 오는 5월 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2028년부터 유산취득세를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여야의 끝없는 정쟁이 변수다. 여야가 반도체특별법을 비롯해 거의 모든 민생 현안에서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어 이번 정부의 상속세 개편안도 그대로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상속세 때문에 집을 팔지 않고 머물러 살 수 있게 하자”면서 공제 한도를 현행 10억원에서 18억원으로 확대하자고 하자,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배우자 상속세를 전면 폐지하자”고 맞불을 놓기도 했다. 이날 정부 방안에 대해서도 민주당에선 “유산취득세는 부자 감세” “집 수리 하려는데 재건축 발표한 꼴”이라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여야가 중산층 세금 경감이라는 대원칙에 공감대를 형성한 만큼 이견을 좁혀나가야 한다. 문제는 세수 결손이 2023~2024년 총 87조원에 달할 만큼 나라 곳간이 비어 간다는 사실이다. 여야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부분은 중산층 부담은 줄이면서도 세수를 보완하는 방안이다. 당장 이번 상속세 개편으로 줄어드는 세수가 매년 2조원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세수 부족이 계속된다면 상속세 경감도 지속하기 어렵다. 소득 재분배와 세수를 고려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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