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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나를 희생양 삼았다… 트랜스젠더 선수 킬립스의 반박
미국 트랜스젠더 사이클 선수 오스틴 킬립스가 자신을 콕 집어 여성 스포츠를 망쳤다고 비난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킬립스는 2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기고한 칼럼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초 서명한 ‘여성 스포츠에서 남성 배제(Keeping Men Out of Women’s Sports)’ 행정명령 발표 당시 자신을 직접 언급한 데 대해 “나를 희생양 삼았다”며 분노를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지난해 한 남성 사이클리스트가 여성을 가장해 애리조나 트레일 레이스에서 여자 코스 기록을 5시간 반 이상 단축했다”며 킬립스를 겨냥했다. 킬립스는 이에 대해 “연맹 규정에 얽매이지 않고 ‘혼자, 자신의 힘으로, 성실하게 달리는 것’이 전부인 대회”라며 “고통 속에서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마라톤 같은 성격의 경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내 기록은 자전거 전문 매체와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됐지만, 정작 스포츠계 지원은 없었다”며 “오히려 내 존재는 미국 보수 진영의 ‘문화 전쟁’에 이용당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킬립스는 트랜스젠더 선수 배제를 규정화하는 국제 스포츠계 분위기를 비판했다. 그는 “육상, 사이클, 수영 등 국제 스포츠 기구들은 보수 진영의 압력에 굴복해왔다”며 “트랜스젠더 선수들의 삶에서 점점 더 많은 영역이 배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대해 “여성 스포츠를 보호한다는 명목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여성 선수들을 위한 재정적 지원이나 제도적 발전과는 거리가 멀다”고 비판했다. 킬립스는 “여성 스포츠는 미국에서 점점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지난해 미국 최고 권위의 조 마틴 스테이지 레이스가 중단됐고, 여성 프로팀 DNA 프로 사이클링도 해체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프로 경기에 출전하는 여성 선수들 상당수가 의사, 연구원, 금융업 종사자 등 다른 직업을 병행하고 있다”며 “남성 선수들은 운동에 전념하도록 지원받는 것과 대조적”이라고 강조했다.
킬립스는 “정말 여성 스포츠를 걱정한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트랜스젠더 배제가 아니라 여성 선수들을 위한 투자와 지원”이라며 “트럼프와 보수 정치인들이 여성 스포츠를 지키겠다면서 실질적 지원책은 하나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그들은 트랜스젠더 선수를 희생양 삼아 정치적 이득만 챙기고 있다”며 “여성 스포츠와 선수들이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배제가 아니라 발전을 위한 관심과 재정적 뒷받침”이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