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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사망한 김새론은 생전에 유튜버의 사생활 폭로로 힘들어했다고 전해진다. 잇따른 비난으로 고통 받았다는 지인들의 전언도 나왔다. 잇따른 비난이란 악플과 언론 보도일 것이다. 2022년 음주 사고 후 보상금과 위약금 등으로 수억 원대 빚을 짊어져 생활고에 시달렸다고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우울증이 심화된 것으로 추정된다.
김새론이 음주운전이란 큰 잘못을 저지른 건 맞다. 당연히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연예인이라는,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특수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일반인보다 더 큰 비판을 받으면서 자숙해야 하는 것도 맞다.
하지만 그 자숙이라는 건 연예계 활동을 중단한다는 뜻이지 생활 자체를 금지한다는 건 아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김새론이 생활고로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데도 비난해서 기어이 그 일을 못하게 만들었다. 심지어 그녀가 생일파티 때 술을 마신 것 같다며 비난하기도 하고, 누군가와 카드 게임 카페에 가서 카드를 했다며 비난하기도 했다. 사생활이 전면적으로 비난의 대상이 된 것이다. 아무 것도 안 하고 집안에서 숨만 쉬라는 것인가?
이렇게 너무 과도한 비난이 문제다. 연예인이 잘못했을 때 얼마든지 비판할 수 있다. 그런데 그것이 잘못에 대한 비판을 넘어서서 전인격적인 부정, 조롱, 증오로 이어지고 사생활에 대한 과도한 공격으로 비화하는 건 도를 넘었다는 얘기다.
그런 공격이 반복되면서, 누구 하나를 찍어 집단 공격하는 마녀 사냥이 지속적으로 이어진다. 대중이 누군가에게 분노를 터뜨리면 언론이 그 대상자에 대해 집중보도를 하기 시작한다. 사적인 내용까지 가리지 않으며 대중이 분노할 만한 불쏘시개를 던져주는 것이다. 그러면 대중은 더욱 분노하며 악플 폭탄이 터지고, 그런 대중의 폭발적인 관심은 또 다른 언론 보도를 초래한다.
이런 구조에 유튜버가 가세해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 일부 유튜버들이 사실관계도 불분명한 일방적인 폭로를 반복하며 대상자를 고통에 빠뜨리는 것이다. 언론은 차분한 보도로 그런 폭로로 인해 빚어지는 사태를 진정시켜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선 반대로 일부 언론이 유튜버의 폭로를 그대로 받아 보도하면서 일을 더욱 키운다. 그런 기사들이 포털을 통해 널리 퍼지면서 대중의 분노가 거대한 태풍이 된다. 이런 일을 당하는 개인은 정말 숨이 막힐 것이다.
안 그래도 연예인은 정신적으로 상당히 취약한 상태에 있다. 우리 사회가 연예인에게 매우 엄격하기 때문이다. 아주 사소한 사안으로도 언제든 태도 논란, 인성 논란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에 매 순간 심판 받는 느낌으로 긴장 속에 지내야 한다. 이러니 우울증, 공황장애, 불안장애 등이 연예인 직업병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연예인에게 지나친 완벽함을 요구하는 한국사회의 문화 속에서 비극적인 일이 터진다고 외신들이 보도하는 건 이런 배경에서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연예인 비판을 해선 안 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당연히 잘못에 대해선 비판할 수 있고 자숙도 해야 하는데, 그 정도가 문제라는 것이다. 유사한 상황에서 목숨을 끊은 연예인이 한둘이 아니라는 건 정도가 지나치다는 걸 말해준다. 당연히 성찰과 더불어 인터넷 문화의 개선을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과도한 악플에 대한 강력한 처벌도 당연히 필요하다. 현 시점에서 중요한 문제로 대두된 건 유튜버들의 폭로 이슈다. 가짜뉴스, 일방적 폭로 등을 하면서 막대한 조회수를 누리는 대신 대상자를 지옥에 몰아넣는다. 그런 행위를 하고도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으니 이 구조가 반복되는 것이다. 유튜브를 포함한 해외 플랫폼에서 벌어지는 잘못된 폭로 문제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가 숙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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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하재근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