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권의 종합부동산세 완화 움직임에 대해 ‘서민을 방패 삼은 셀프 감세’라는 시민단체의 비판이 제기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15일 서울 종로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종부세 완화 조치의 실질적 수혜자는 강남 고가주택을 보유한 정치인 본인들이며 이런 정책 방향은 심각한 이해충돌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택수 경실련 부동산국책사업팀 부장은 “국민 중 종부세를 내는 비율은 1.8%에 불과하지만 국회의원은 20.7%가 이에 해당한다”며 “정치인이 스스로 수혜자가 되는 세제 완화 정책을 서민을 위한 조치로 포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경실련이 발표한 ‘제22대 국회의원 재산 분석’에 따르면 전체 의원 299명 가운데 60명이 종부세 납부 대상에 포함됐다. 의원 1인당 평균 재산은 42억 8547만 원이었고 이 중 부동산 보유액은 19억 5289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국민 평균과 비교해 각각 9.5배, 4.8배에 달하는 수치다. 김성달 경실련 사무총장은 “고위 공직자를 사업자라 불러야 할 지경”이라며 “이들이 종부세 완화의 직접적 수혜자라는 점에서 스스로 자격을 의심하게 만든다”고 꼬집었다.
경실련은 그간 종부세 제도가 꾸준히 약화됐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공정시장가액비율은 95%에서 60%로 인하됐다. 반면 기본공제액은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늘었다. 이 때문에 2021년 82명이었던 국회의원 중 종부세 납부자가 올해는 60명으로 줄었다. 서휘원 경실련 정치입법팀장은 “종부세 실효세율이 0.09%까지 극도로 낮아졌다”며 “의원들의 주택 평균 신고가액이 12억3941만 원인데 예상 납부액은 고작 123만 원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조치가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기보다는 특정 계층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조정흔 경실련 토지주택위원장은 “정치인들이 중산층을 위한 감세라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상위 10%에 해당하는 고가주택 보유자만 혜택을 받고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실거래가 현실화율이나 공정시장가액비율 같은 요소들이 정부 입맛에 따라 오락가락하고 있다”며 “과세 기준조차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조기 대선을 앞두고 각 정당과 후보들이 보유세 정상화와 공정 과세 복원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 위원장은 “주택 부족을 비롯해 부동산 문제를 심화시키는 요인 중 하나가 공평하지 못한 과세 정책”이라며 “가격과 임대료라는 도구를 통해 수요와 공급이 조절되는 시스템이 정상 작동하도록 정책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