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자본 공시 확대에 따른 기업 대응전략’ 보고서 발간
“국제표준, 법제화 등 통해 점차 의무화될 가능성 있어”
자연자본 공시 도입 움직임이 구체화되면서 기업의 선제적인 대비가 필요하다는 시각이 제시됐다.
한국무역협회(KITA)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7일 발표한 ‘자연자본 공시 확대에 따른 기업 대응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이 자연과 관련된 위험과 기회를 재무적으로 평가하고 이를 관리하는 방안을 투자자에게 공개하는 제도인 ‘자연자본 공시’ 도입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 특히, 향후 국제표준이나 법제화 등을 통해 점차 의무화될 가능성이 크다.
자연자본 공시는 국제기구가 주도하고 있다. 2022년 12월 개최된 제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자연자본 공시 제도화를 위한 국제적 합의가 이뤄졌다. 이를 통해 당사국의 자율적 이행에 의존하던 기존 방식을 넘어, 자연자본 공시 이행 과정을 체계적으로 조사하고 평가하는 절차가 마련됐다.
이어서 지난해 9월에는 유엔(UN) 산하 ‘자연자본 관련 재무정보 공개 협의체(TNFD)’가 기업의 자연 관련 리스크 평가, 관리 및 공시를 위한 최종 권고안을 발표하며 자연자본 관련 공시의 기본 토대를 확립한 바 있다.
글로벌 기업들도 자발적으로 나서고 있다. 법적 강제성이 없음에도 자연자본 관리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전 세계 416개 기업과 기관이 TNFD에 참여해 자발적으로 자연자본 공시를 선언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별로는 일본이 117개로 가장 많았으며, 우리나라는 5개에 불과했다.
현재 자율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자연자본 공시는 기후공시처럼 국제표준이나 법제화를 통해 점차 의무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U는 지난해 1월 자연자본 공시를 포함한 지속가능성 공시 지침(CSRD)을 발효하고, 올해부터 일부 기업에 공시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국제회계기준(IFRS) 재단 산하 국제 지속가능성 기준위원회(ISSB)도 글로벌 ESG 공시 기준에 생물다양성 관련 공시를 포함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 12월 제5차 국가생물다양성전략과 세부이행 지표를 수립하고 기업의 생물다양성 정보공시를 장려하고 있다. 아울러 내년까지 TNFD 권고안을 기반으로 한 국내 자연자본 공시 표준체계를 마련하고, 기업 및 금융기관의 역량 강화와 인식 제고를 통해 자연자본 정보공시기업의 지속적인 확대를 유도할 계획이다.
한편 자연자본 관리 대처가 미흡해 경제적 피해를 겪는 기업들도 생겨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자연자본 관리 소홀로 주가 하락, 소송 피해, 벌금 부담 등 다양한 재무적 피해를 겪는 기업들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연자본을 직접 활용해 제품화하는 수산업, 임업이나 식품 업종은 물론 금융이나 운송 등 서비스 업종까지 다양한 업종의 기업이 자연자본 관리 소홀에 따른 재무적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실제로 프랑스 소재 국제은행인 비앤피 파리바는 불법 삼림벌채와 연루된 회사에 자금을 지원한 혐의로 2023년 두 차례에 걸쳐 소송에 휘말린 뒤 삼림벌채 관련 대출 및 투자 정책을 강화하는 등 공급망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장현숙 한국무역협회 그린전환팀장은 “자연자본을 공시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기업들은 국제 기준 수립 과정을 주도하며 자사의 비즈니스를 확장하는 기회로 삼고 있다”며 “재무공시, ESG 공시와 함께 자연자본 공시가 기업 보고의 주요한 축으로 자리 잡아가는 패러다임 변화를 주목하고, 이에 대한 대비에 선제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