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 상태가 급격히 고조되면서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간 우발적 무력충돌의 위험이 심각한 수준으로 부상하고 있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당장 북한은 남한이 10월 3일, 9일, 10일에 평양 상공에 전단을 실은 무인기를 세 차례 보냈다고 주장했다. 이에 북한 외무성은 “신성한 국가 주권과 안전에 대한 노골적인 침해이자 국제법에 대한 난폭한 위반”며 “대한민국의 이번 도발 행위를 더 이상 설명할 여지도 필요도 없이 응당 자위권에 따라 보복을 가해야 할 중대한 정치·군사적 도발”이라고 주장하면서 남북 간 무력충돌이 벌어질 수 있다는 위협을 서슴지 않고 있다.
지난 2010년 11월 23일 북한이 연평도와 그 인근에 해안포 포격을 가한 뒤 우리 군은 서해 5도 지역에 국지도발 경계태세인 ‘진돗개 하나’를 발령했다. 625전쟁 이후 처음으로 대한민국 영토에 포격이 가해진 엄중한 사태의 중대성을 감안하면 전투 준비 태세인 ‘데프콘’(Defence Readiness Condition)을 격상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왔다.
그나마 한미연합사령부와 협의해 우리 군은 대북정보감시태세인 워치콘(Watch Condition)을 3단계에서 2단계로 한 단계 격상하는 조치를 취했다. 군 관계자는 “데프콘을 격상하려면 최고 군통수권자인 한미 양국 정상의 합의가 필요하다”며 “미국이 새벽시간인 데다 특정 도서에 국한된 도발이라 우선 국지도발 최고 대비태세인 진돗개 하나를 발령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주목할 점은 진돗개 하나는 북한의 국지도발에 대비한 우리군의 방어준비태세로 평소 3등급으로 운영되고, 당시 ‘진돗개 셋’을 유지하다 전면전 돌입 직전의 심각한 상황이 발생하나 ‘진돗개 하나’로 격상된다. 문제는 진돗개 하나가 주로 간첩작전에 적용돼 당시 북한의 무력도발에는 어울리지 않다는 지적이다.
우리 군은 북한의 군사 활동의 위협 정도에 따라 데프콘, 워치콘, 인포콘, 진돗개 등 4개의 비상경계령을 각 단계로 두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단계별 수위는 어떨 경우에 발령되는 것일까.
우선 방어준비태세를 의미하는 ‘데프콘’(Defense Readiness Condition)이 있다. 전면전(정규전) 발발시 발령하는 전시대비태세 개념이다.
북한과의 전면전을 가상해 발령되는 대북 방어 전투준비태세로, 전쟁위험이 없는 상황인 5단계부터 전시 상황인 1단계까지 단계별로 분류한다. 한국은 북한과의 국지적인 긴장이 존재하는 정전상태로 평소에는 데프콘 4단계 상태다.
상황별로 워치콘의 발령 상태에 따라 데프콘 격상도 검토되지만 워치콘이 격상한다고 직접 연동하지는 않는다. 데프콘은 모두 5단계로 구성된다. 5단계는 평시 상태, 4단계는 대비 상태를 의미한다. 이후 상황에 따라 3→2→1로 단계가 높아진다. 북한의 남침 징후가 포착되면 데프콘 단계는 격상되는데, 데프콘 2단계가 발령되면 동원령이 선포돼 예비군이 소집되고, 데프콘 1단계로 격상되면 실제 전투에 돌입한다.
대북 정보감시태세’ 의미하는 ‘워치콘’
북한의 군사활동을 감시하는 대북 ‘정보감시태세’를 의미하는 ‘워치콘’(Watch Condition)도 있다. 데프콘의 판단 근거다.
워치콘 역시 5단계로 구성된다. 워치콘-5는 일상적 상황으로 징후 경보에 문제가 없는 상태다. 워치콘-4는 일상적 생활을 하고 있지만 잠재적 위협이 존재해 계속 감시가 필요한 상황이다. 워치콘-3는 국가 안보에 중대한 위협이 초래될 우려가 있는 경우로 적정 감시를 위해 정보요원 근무를 현저히 강화하는 단계를 말한다.
한미는 1992년 북한이 남북대화를 중단하고 준전시상태를 선포한 후 워치콘-4에서 워치콘-3으로 올린 뒤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1999년 연평해전 당시 격상되면서 워치콘-2가 발령됐다. 워치콘-2는 현저한 위험이 일어날 징후가 보일 때 발령하며 더 많은 정보 전력과 요원이 투입된다. 마지막 단계인 워치콘1-은 최고 준비 태세로 적의 도발이 명백할 때 내려진다. 아직까지 단 한 번도 발령된 적은 없다.
워치콘의 단계가 높아질수록 감시수단인 첩보위성, 조기경보기, 정찰기 등의 출격횟수가 늘어나고 정보분석요원들도 대폭 증가된다.
인포콘, 사이버戰 징후시 합참의장 발령
정보체계에 대한 적의 침투 및 공격에 대처하기 위한 군 사이버 방호체계의 ‘인포콘’(INFOCON)도 가동되고 있다. 정보작전방호태세로 우리 군의 지휘통제 시스템에서 컴퓨터의 비중이 급격히 높아지고 사이버테러 등 사이버 전쟁의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미리 대비책을 세우기 위해 지난 2001년부터 운용 중이다.
현대전에서 사이버 공간은 중요한 전쟁 영역 중 하나로 자리 잡게 되면서 인포콘 시스템은 이 영역에서의 안보를 확보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사이버 정보전 징후가 감지되면 합참의장이 단계적으로 발령하며 5단계로 구분돼 조치된다.
인포콘 5단계(정상)는 통상적 활동 상황이다. 이 단계에서는 특별한 사이버 위협이 없는 상황에서 기본적인 사이버 보안 조치가 유지된다. 인포콘-4단계(알파)는 증가된 위험 상황이다. 사이버 공격의 위험이 증가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공격이 감지되지 않은 상태를 의미한다. 이 단계에서는 예방적 보안 조치가 강화되며 사이버 공간에서의 감시 및 모니터링이 더욱 철저히 이뤄진다.
인포콘-3단계(브라보)는 특정한 공격 위험 상황이다. 특정한 공격 위험이 감지되었을 때 발령돼 사이버 공간에서의 위험 요소가 구체적으로 확인되면 각종 조치가 이뤄진다. 이 단계에서는 특정 위협에 대한 대비책이 마련된다.
인포콘- 2단계(찰리)는 제한적 공격 상황이다. 제한적인 사이버 공격에 대응하는 단계입다. 특정 부대나 시설에 한정된 사이버 공격 가능성이 있을 때 취해지는 조치로 타겟이 명확한 경우에 해당한다. 인포콘-1단계(델타)는 전면적 공격 상황이다. 가장 심각한 단계로 전면적인 사이버 공격 상황을 의미한다. 이 단계에서 군은 최고 수준의 보안 조치를 시행한다.
진돗개, 北 국지도발 대비 방어준비태세
국지전 경계태세인 ‘진돗개’는 북한의 무장공비나 특수부대원 등이 우리나라에 침투했을 때, 또는 부대에서 탈영병이 발생했을 때 등 국지적 위협 가능성이 일어났을 때 발령하는 단계별 경보 조치다. 총 3단계로 구성된다. 군대는 물론 경찰력도 동원된다.
우선 진돗개 셋은 평시에, 진돗개 둘은 북한 무장 간첩의 침공이 예상되는 상태나 위협 상황의 발생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이 때부터 경찰력이 동원), 진돗개 하나는 전면전 돌입 직전 발령된다. 이 때 군대와 경찰력은 다른 의무가 제한되고 지정된 지역에서 수색 및 전투를 수행한다.
따라서 진돗개 하나가 발령된 현 상황은 적의 침투 흔적 및 대공 용의점이 확실하다고 판단될 경우 내려지는 최고 경계태세다. 한미 군 당국은 2010년 지난 연평도 포격 때 진돗개 하나를 발령한 바 있다.
눈여겨 봐야 할 점은 진돗개의 경우 국지도발에 따른 대응단계다. 반면 데프콘은 전면전에 따른 대응태세다. 이 때문에 국지전이 발발하면 진돗개를 발령하지만, 데프콘이 격상되진 않는 경우가 많다. 실제 2010년 북한군의 연평도 포격 때도 ‘진돗개 하나’가 발령됐지만, ‘데프콘 4’는 유지됐다. 전작권 기준으로 볼 때 국지전은 ‘평시’에 속한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이 같은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