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의 과학
이재열 지음
사이언스북스 | 532쪽 | 3만3000원

햇빛으로 얻은 열을 모으고 환기와 통기를 이용해 집 밖으로 빠져나가는 에너지를 최대한 줄이도록 집을 짓는 기술은 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시대적 흐름에 딱 들어맞는 건축 방식이다. 우리나라 전통 가옥인 한옥은 이 같은 건축 방식의 특징과 요소를 갖추고 있다. 대체로 남향으로 지어졌기 때문에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에너지를 줄일 수 있다. 또 지붕에 연결된 처마는 비가 오더라도 창문을 열어 습도를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 정원을 꾸밀 때도 뒤뜰엔 주로 나무를 심고, 앞마당은 널찍하게 비운다. 이 구조를 통해 뒤뜰로부터 대청을 거쳐 안마당으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쾌적한 환경을 만들 수 있다.
김치나 장류를 보관해온 옹기는 ‘숨 쉬는’ 그릇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옹기에 물을 붓고 금붕어를 넣은 뒤 입구를 랩으로 씌워도 금붕어는 거뜬하게 살아간다. 진흙을 빚어 구운 옹기 표면을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하면 산소가 통하는 수많은 구멍이 있다. 통기성과 견고성, 방부성, 경제성까지 갖춘 옹기 덕분에 우리나라는 발효식품의 종주국 지위를 지켜올 수 있었다. 집이나 옹기를 비롯해 먹고 자고 입고 생활하는 일상의 살림들에는 삶의 지혜와 과학적 의미가 스며 있다. 수백년간 전해지며 널리 사용되어왔다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저자는 이 살림들을 통해 그 지혜와 의미를 살핀다. 이 책의 부제처럼 ‘과학자가 풀어주는 전통문화의 멋과 지혜’ 이야기다.
미생물학자이자 전통문화 탐색가인 저자가 애정 가득한 시선으로 소반부터 베갯모, 반닫이, 맷돌, 병풍 등 일상에서 만나는 전통적 살림살이를 들여다봤다. 과학적 설명들이 꽤 나오는데 건조하지 않고 조근조근 이야기하듯 서술해 쉽게 읽힌다. 각각의 살림살이에 대한 최신 연구나 논문들을 소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애호가를 넘어선, 학자적 호기심과 집념도 보인다. 집, 부엌, 안방, 대청, 사랑, 마당 등 삶의 공간을 여섯 부분으로 나누어 살피는 과정은 그 공간에 머무르는 듯한 몰입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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