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8일 경기 군포시의회. 내년도 예산과 각종 조례에 대한 의결을 앞두고 의원들이 술렁였다. 의원들의 해외연수 예산 삭감과 관련 규칙 전면 개정을 제안한 박상현 의원(국민의힘, 재궁·오금·수리동)의 5분 자유발언 때문이었다. 박 의원은 “시스템 개선 없이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해외연수의 명분만 앞세운다면 시민들은 의회 무용론을 주장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이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군포시의회는 이날 1억원 상당의 의회 국내외 연수비용을 통과시켰다. 박 의원은 “어떤 정책이든 계획안을 만들고 예산을 책정하는데 해외연수는 예산 먼저 책정한다”며 “이런 관행을 개선하자는 제안이었는데 반대하는 의원들이 많았다”고 씁쓸해했다.

박 의원만의 하소연이 아니다. 연말이면 지방의회마다 해외연수 예산을 놓고 갈등한다. 지난해 말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방의회 해외출장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불이 붙었다. 전국 243곳 지방의회 중 233곳에서 외유성 출장, 항공비 부풀리기 등 부정이 드러났다. 이들 지방의회가 지난 3년간 다녀온 해외출장은 915건, 집행된 예산은 355억원이다. 지난달 행정안전부도 임기 종료 전 국외 출장을 원칙적으로 제한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지방의회의원 공무국외출장 규칙 표준 개정안을 권고했다.
이에 전남도의회, 전남 광양시의회, 경북 청도군의회, 전북 익산시의회 등은 일찌감치 연수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광양시의회 김보라 의원(더불어민주당, 중마·골약, 금호·태인동)은 “그동안 젊은 의원들 중심으로 연수를 반대하는 의견이 나왔는데 어려운 광양시 재정 문제와 내년 지방선거 등으로 해외연수를 부담스러워하는 의원들이 늘어났다”고 했다.
해외연수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커진 이유는 ‘학문 등을 연구하고 닦는다’는 연수(硏修) 본연의 의미를 제대로 살리지 못해서다. 선진 문물을 배우겠다며 관광지 위주로 일정을 채우고, 가끔은 주먹다짐, 성추행 같은 추태도 발생한다. 연수 후 제출한 보고서 역시 부실하기 짝이 없다. 재선 성남시의원과 경기도의원을 지내는 동안 한 번도 해외연수를 가지 않았다는 이기인 개혁신당 사무총장은 “해외에서 공무원의 의전을 받으며 세금을 쓰기보단 지역구를 한 번 더 살피겠다”고 했다.
한편에서는 “해외연수를 부정적으로만 봐선 안 된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선진국의 학문이나 기술 등을 배우기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연수 계획을 먼저 세운 뒤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 관련 보고서도 충실하게 작성하고 조례 제정 등 성과로 이어져야 한다.
외유성·부실·관행 연수 논란을 만든 건 의회다. 이 논란을 깨는 것도 의회가 할 일이다.



![[민들레 들판] 지역공공은행으로 ‘공익금융’ 구현하자](https://www.usjournal.kr/news/data/20251227/p1065568988483869_487_thum.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