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선보인 미국 영화 <돈 룩 업>은 밤하늘을 관측하는 과학자 케이트 디비아스키(제니퍼 로렌스)의 일상을 따라가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케이트는 여느 때처럼 망원경 가동 뒤 촬영된 사진을 확인하다 눈이 동그래지고 이내 뛸 듯이 기뻐한다. 새로운 혜성을 발견한 것이다. 하지만 기쁨은 잠깐이었다. 지름 10㎞짜리 해당 혜성이 6개월 뒤 지구와 충돌할 것이라는 궤도 계산 수치가 나온 것이다. 충돌 뒤 예상되는 결과는 인류 문명의 소멸이었다.
독특한 점은 이 혜성을 대하는 <돈 룩 업> 속 미국 대통령의 태도다. 과학자들이 걱정 어린 표정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보고하는데도 해맑게 웃으며 “어쩌라고?”식의 반응을 보인다. 충돌 확률이 99%라는데도 심각성을 이해하지 못한다. 비과학적 낙관론이다. 뒤늦게 시작한 혜성 파괴 작전에선 러시아와 중국, 인도를 배제한다. 혜성에 묻힌 광물을 미국이 독차지하려는 속셈이었다. 결국 인류는 멸망한다.
그런데 최근 현실에서 소행성 충돌이 세계인의 입에 오르내리는 일이 진짜 일어났다. 지난달 존재가 공개된 소행성 ‘2024 YR4’ 얘기다. 지름이 40~90m인 2024 YR4는 지구와 충돌하면 대도시 하나는 거뜬히 날려 버릴 위력을 지녔다. 2032년 지구 충돌 확률은 이달 중순 3.1%까지 치솟았다가 현재는 0%에 가깝게 감소했다. 충돌 확률 3.1%는 소행성 관측 사상 최고 수치다.
만약 2024 YR4의 지구 충돌이 유력시됐다면 현실 속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어떤 태도를 보였을까. 답을 유추할 단서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공개 석상에서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사람 몸에 소독제를 주입하면 어떻겠느냐고 발언한 적이 있다. 황당하지만 ‘실화’였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이용해 부유하게 사는 나라들을 응징해야 한다는 의지도 여과없이 드러내고 있다. 그 수단이 관세다. 이를 종합해 생각해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소행성 충돌의 심각성을 과학적 관점에서 빠르게 인지하고, 국제사회의 연대를 신속히 끌어냈을지는 의문이다.
다행히 2024 YR4는 충돌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특성은 지구의 또 다른 위기,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적 대응을 방해하고 있다.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파리협정에서 미국을 탈퇴시켰다. 적어도 4년 동안은 기후변화에 대한 미국의 책임을 다하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게 됐다.
세계를 휘젓는 트럼프 대통령을 자국에서 떠받치는 이념은 ‘미국 우선주의’다. 돈 안 되는 ‘세계 경찰’은 그만두고 돈 되는 일에만 집중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이런 트럼프 대통령과 관련해 한국에서 나타나는 특이한 현상은 눈길을 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극우 세력의 애정 어린 시선이다. 이런 태도의 중심에는 자신들이 주장하는 부정선거론에 트럼프 대통령이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은 그저 ‘머니 머신(현금인출기)’이다. 향후 방위비 인상 요구와 각종 무역 규제를 쏟아낼 것이다. 실체 없는 부정선거론 자체가 문제이지만, 그마저도 돈이 최우선인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거리가 될 가능성은 적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애타게 손을 뻗는 한국 극우 세력의 인식이 놀라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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