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이야기는 퀴즈 하나로 시작한다. 노무현과 전두환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대부분의 사람은 무슨 뜬금없는 소리냐고 반문할 것이다. 비교할 게 따로 있지, 어찌 노무현과 전두환을 비교하느냐고 핏대를 올리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두 대통령은 많은 상이점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중요한 점에서 매우 유사한 공적을 남겼다. 다름 아니라 한국이 오늘의 IT 강국이 되기까지 두 사람 모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40여 년 전 전두환의 과감한 결단이 없었다면 지금의 인터넷 고속도로는 존재할 수 없었다. 1970년대 말 전화교환기 사업이 큰 이권이 되어 관련 업계들이 다툴 때, 정부가 전자식 교환기 사업에 손을 들어줘서 가능했다. 전두환 자신이 이 부문에 조예가 깊었던 것은 아니었고, 경제수석 김재익의 조언이 결정적이었다. 그래도 당시 대통령의 결단과 추진력은 장차의 IT 산업에 매우 주요한 계기를 만들어 냈다.
노무현은 스스로가 인터넷에 밝았다. 50대 중반의 나이임에도 컴퓨터를 다루는 실력은 30대 수준이었다. 자연 연령은 아날로그였으나 생각은 일찍이 디지털 마인드였던 셈이다. 젊었을 때부터 데스크톱을 분해 조립하는 게 취미였고, 관심 있는 자료와 숫자들을 컴퓨터로 정리하고 저장하는 습관이 몸에 뱄다는 게 부인 권양숙의 말이다. 일찍이 ‘컴퓨터 프렌들리’였던 셈이다.
전두환이 인터넷 산업을 일으킨 인프라를 깔았다고 한다면 노무현은 그 열매를 수확하고 키워 나가는 일에 앞장선 대통령이었다. 그는 인터넷을 즐겼고 활용하는 데 능했다. 대통령 선거도 인터넷 덕분에 승리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영국 가디언지는 “세계 최초 인터넷 대통령이 탄생했다(World first internet president logs on.)”고 보도했을 정도다. 대선 승리에 큰 몫을 한 노사모 운동이 바로 인터넷을 적극 활용한 최초의 선거운동이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