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클레르 패딩, 단순 방한용 의류 아닌 강남 라이프 스타일
사회적 분위기 대변하는 ‘하나의 상징’처럼 여겨지고 있어
이들 사이에서 하나의 문화 코드로 자리잡고 있단 분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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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주부 김모(42) 씨는 매년 겨울이 오면 옷장 깊숙이 보관해둔 몽클레르 패딩을 꺼내 입는다. 주변 친구들도 하나같이 몽클레르 패딩을 입고 강남의 유명 카페나 학원가에서 만나곤 한다.
김 씨는 “처음엔 디자인이 예뻐서 샀는데, 입다 보니 주변 엄마들도 다 몽클레르를 입고 있었다”며 “그냥 자연스럽게 우리 사이에서 유행이 된 거 같다”고 말했다. 이어 “강남 엄마들 사이에서 몽클레르는 그냥 기본템”이라며 “학원 픽업을 가도, 브런치를 먹으러 가도 다들 입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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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명품 아웃도어 브랜드 몽클레르 패딩이 ‘강남 엄마’의 상징으로 자리 잡으며 하나의 밈(meme)으로 확산하고 있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몽클레르 패딩이 단순한 방한용 의류가 아니라 강남의 라이프스타일과 사회적 분위기를 대변하는 하나의 상징처럼 여겨지고 있는 상황이다.
몽클레르 패딩은 단순한 명품 아우터를 넘어, 강남 상류층 주부들 사이에서 하나의 문화 코드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9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2014년 몽클레르 본사가 신세계인터내셔날과 손잡고 합작 법인을 설립해 국내 시장에 직접 진출한 이후, 몽클레르는 30~40대 여성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며 ‘강남 교복’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강남뿐만 아니라 주요 신도시에서도 몽클레르 패딩을 착용한 학부모들을 쉽게 볼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며 “겨울철 아파트 셔틀버스 정류장이나 마트, 백화점, 카페에서 10명 중 8명이 몽클레르 패딩을 입고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전해진다. 특정 브랜드가 유행하면 이를 둘러싼 밈이 생겨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강남 교복’, ‘도치맘 패션’ 등의 이미지가 형성되면서 몽클레르 패딩의 인기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과거 몇몇 명품 브랜드가 10대들 사이에서 유행하며 브랜드 이미지가 변질된 사례가 있다.
2020년 전후로 10대들 사이에서 ‘플렉스(flex)’ 문화가 확산되면서 톰브라운, 스톤아일랜드, 구찌, 발렌시아가 등이 일부 청소년들의 인기 브랜드로 떠올랐다.
이들 브랜드의 제품을 착용한 청소년들이 무리를 지어 다니며, 이들 브랜드에 이른바 ‘일진 패션’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덧씌워졌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브랜드 이미지 하락과 공급 과잉, 중고 시장 가격 하락이 맞물리면서 일부 브랜드는 국내 실적이 적자로 전환되기도 했다.
하지만 몽클레르 패딩의 경우 단순한 이미지 과시를 넘어 실용적인 측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어 유행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매년 반복되는 기록적인 한파 속에서 고가 아웃도어 패딩 제품이 실용성과 보온성을 이유로 지속적인 수요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몽클레르는 국내에서 흔히 ‘몽클레어’라고도 불리며, 1952년 프랑스에서 설립된 후 2003년 본사를 이탈리아 밀라노로 이전했다. 텐트 등 아웃도어 용품을 제조하던 브랜드였으나 현재는 겨울철 패딩 의류를 주력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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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최근 폭설과 한파가 이어지면서 럭셔리 패딩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한동안 겨울 의류 판매 부진을 겪었던 업계는 모처럼 활기를 되찾은 모습이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의 지난달부터 이달 4일까지의 럭셔리 패딩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0% 증가했다. 기능성 패딩의 판매 호조로 스포츠 및 아웃도어 부문 매출도 각각 15%, 25% 늘었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같은 기간 프리미엄 아우터 매출이 65.7% 증가했으며, 아웃도어 매출도 24.9% 상승했다. 현대백화점의 아웃도어 매출 또한 22% 증가했다.
올해 1~2월에는 눈이 많이 오면서 패딩뿐만 아니라 방한 신발도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W컨셉에서는 패딩부츠 및 어그(UGG) 부츠 등의 방한 신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155% 급증했으며, 무신사에서도 1월 30일부터 2월 5일까지 패딩·퍼슈즈(털신발) 카테고리 거래액이 약 83% 증가했다.
보통 겨울 의류 소비는 10~11월에 집중되지만, 이번 시즌에는 한파가 늦게 찾아오면서 12월에 오히려 소비가 증가하는 ‘소비 지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럭셔리 패딩 브랜드들은 예상보다 늦은 성수기를 맞이하며 겨울철 매출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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