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사건 판결 31건 중
29건 유죄, 중소기업이 27건
9개 안전보건 구축 의무사항
법 시행령 제4조에서 규정
온라인 위험성평가시스템
취약 사업장 법령 준수 지원
[정보통신신문=서유덕기자]
중대재해처벌법이 지난해 1월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 등으로 확대 시행된 이래 경영 여건이 어려운 중소 사업장, 대형 사고 위험에 노출된 공사 현장에 처벌이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관련 법률과 그 하위 법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과 이행에 관한 조치를 정확히 숙지하고 이행할 것이 강조되고 있다.

중대재해 사건, 건설업이 절반 이상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해 인명피해를 발생하게 한 사업주·경영책임자 등을 처벌하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은 2022년 1월 27일부터 시행됐으며, 지난해 1월 27일부터는 개인사업자, 상시 근로자 수 50명 미만 사업장, 공사금액 50억원 미만의 공사에도 적용되고 있다.
그간 여러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들이 발생했으며, 1심 선고가 이뤄진 것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31건이다. 이 중 다수가 중소기업·건설업 대상 사건으로, 법 시행 이전부터 안전보건 취약 사업장에 처벌이 몰릴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올해 초 발간한 ‘중대재해처벌법 판결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31건의 판결 중 유죄 선고는 29건이었다. 무죄 선고 사건은 2건인데, 그나마 1건은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시행 전에 공사금액 50억원 미만 현장에서 벌어진 일로 처벌 대상이 아니었다. 안전보건 확보 의무 불이행과 사고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는 것으로 인정돼 무죄 판결을 받은 사례는 1건에 불과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불명확성으로 인해 법원 판결 시 무죄가 속출할 것으로 전망했던 과거 예상과는 다른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유죄 선고 29건 중 실형이 선고된 것은 4건, 징역형의 집행유예는 23건, 벌금형은 2건이다. 실형이 선고된 사건은 대체로 유사 사고 전력이나 동종 전과가 있는 사례였다. 징역 2년을 선고받은 한 건설업체 대표이사의 경우 동종 전과가 3건 있었으며, 사고 발생 4개월 전에 안전조치를 이행하지 않아 지적받았음에도 이를 방치해 사고에 이르게 했다.
업종별로 보면, 전체 사망사고의 절반이 발생하고 있는 건설업 판결이 16건(51.6%)으로 가장 많았다. 건설업은 타 업종에 비해 도급 비중이 높으면서도 현장 안전관리 시 원·하도급 업체 간 구분이 모호한 경향이 있다. 이에 하도급 업체 근로자 사망사고에 대해 원도급 업체에 책임을 묻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한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다.
규모별로 보면, 중소기업이 27건(87.1%)이었다. 중소기업에 판결이 집중된 데는 대기업에 비해 안전 인력·예산이 부족해 중대재해처벌법이 요구하는 안전 관련 서류를 준비하고 이행 여부를 경영책임자가 점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9개 의무 사항 이행 여부로 ‘판가름’
이처럼 대부분의 중대재해 처벌이 건설업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가운데, 법원은 관련 법령에서 규정한 ‘유해·위험요인 확인·개선 절차 마련’(24건)과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에 대한 업무수행 평가기준 마련’(22건) 의무를 준수하지 않은 점을 위반 사항으로 다수 판시했다.
그러나 이에 그치지 않고, 법원은 사망사고 발생의 직접 원인으로 보기 어렵고 기준이 모호해 논란이 있는 ‘안전보건 목표 및 경영방침 설정’(8건), ‘전담조직 설치’(2건), ‘필요한 예산편성 및 집행’(6건), ‘도급 시 산재예방능력 평가기준 마련’(8건) 등의 위반 사항도 유죄 판단의 근거로 인용했다.
따라서 실제 중대 산업재해의 발생을 방지하거나 피해량을 줄이기 위한 노력과 더불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4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이행 조치의 구체적인 사항을 숙지하고 이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그 이행 내용을 서면으로 작성하고 보존(5년)해야 한다.

시행령 제4조를 보면, 사업주·경영책임자는 사업 또는 사업장의 안전보건에 관한 목표와 경영방침을 설정해야 한다. 경영방침은 간결하고 명확하게, 목표는 구체적으로 작성하되 복잡한 문서보다는 한 장으로 정리해 눈에 띄게 게시함으로써 근로자들이 명확히 인지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유용하다.
또한 유해·위험요인 확인·개선 업무 절차를 마련하고 반기 1회 이상 점검 후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를 ‘위험성평가’라고 하는데, 고용노동부는 위험성평가를 산재 예방의 핵심 수단으로 보고 중대재해 위반 여부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중점 검토하고 있다.
안전보건 인력·시설·장비를 구비하고 유해·위험요인 개선에 필요한 예산을 편성·집행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예산은 소액이라도 별도의 안전보건 항목을 둬 편성해야 한다.
그리고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이 업무 수행에 충실할 수 있도록 권한과 예산을 부여하며, 업무수행 충실성 평가 기준을 마련하고 반기 1회 이상 평가·관리해야 한다. 5인 이상 사업장은 관리감독자를 지정,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면 된다.
아울러 사업주·경영책임자는 종사자 의견 청취 절차를 마련하고 반기 1회 이상 청취해 필요시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의견 청취는 안전건의함, 아차사고 발굴, 작업 전 안전점검회의(TBM) 등 안전보건 활동을 통해 할 수 있다.
중대산업재해 발생에 대비할 수 있도록 매뉴얼도 마련해야 한다. 매뉴얼은 모든 구성원이 쉽게 이해하고 신속하게 실천할 수 있도록 단순·명확하게 작성하며, 매뉴얼에 따른 조치 여부를 반기 1회 이상 점검해야 한다.
이밖에 도급, 용역, 위탁 시 안전보건 확보를 위한 기준·절차를 마련하고 반기 1회 이상 점검해야 한다. 소규모 사업장이라도 제3자에게 도급, 용역, 위탁을 한 경우 원도급 업체는 하도급 업체 종사자에 대한 안전보건 확보 기준·절차를 둬야 한다.
한편, 50인 미만 사업장은 중대재해처벌법상 전담 조직 설치, 전문 인력 배치 의무를 면한다. 다만 고용노동부는 법적 의무가 없더라도 안전을 관리·담당하는 인력을 자체적으로 지정하고 역할을 부여해 안전보건 관리를 철저히 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위험성평가로 안전보건 의무 이행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을 받는 모든 사업장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이행함으로써 중대재해의 발생과 그로 인한 처벌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 법 시행령 5조는 안전보건 관계 법령 의무 이행 여부를 반기 1회 이상 점검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상시 근로자 수 50인 미만 중소 공사업체 대부분의 재정 상태가 열악한 실정이다. 이들 업체가 모든 법령을 일일이 확인하며 중대재해 예방 조치를 수행하는 것에는 실질적인 어려움이 뒤따른다.
이에 산업안전보건법 중심의 의무 이행이 권고되는데, 특히 위험성평가가 강조된다.
산안법 제36조에 규정된 위험성평가는 사업주가 스스로 유해·위험요인을 파악하고 해당 유해·위험요인의 위험성 수준을 결정해 위험성을 낮추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마련하고 실행하는 과정을 말한다. 사업주·경영책임자가 위험성평가 절차를 마련하고 시행해 결과를 보고받았다면 중대재해처벌법상 유해·위험요인 확인·개선에 대한 점검을 한 것으로 간주한다.
위험성평가는 사업장이 성립된 날부터 1개월 이내 최초로, 최초평가로부터 매년 정기적으로 수행하며, 설비·물질이 새롭게 도입됐을 때나 산업재해가 발생했을 때 수시로 시행할 수 있다. 또는 월간·주간·일간 평가도 가능하다.
위험성평가는 모든 현장 작업자, 모든 작업을 대상으로 선정해야 한다. 매일 같은 장소에서 반복하는 작업은 당연하고, 비일상·임시·수시로 하는 작업이 누락되지 않게 해야 한다.
한편,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중·소규모 사업장에서 스스로 위험요인을 발굴해 평가·개선하는 등 인터넷 기반으로 쉽게 위험성평가를 시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위험성평가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1월 개편된 이 시스템은 모바일 기기로도 근로자가 현장에서 발굴한 위험요인을 간편하게 등록하고 위험성평가에 활용할 수 있게 했다. 기존에는 빈도·강도법 등 제한적인 평가 방법만 지원했던 것과 달리, 3단계 판단법 등 다양한 방법을 제공한다.
아울러 TBM 관련 기능을 확충했다. 일지 작성과 과거 이력 관리를 통해 TBM을 활용한 위험성평가 절차 이행이 보다 수월하게 이뤄지도록 했다.
위험성평가 실시, 컨설팅·인정심사 신청, 위험성평가 교육(민간교육) 등 자세한 사항은 위험성평가시스템 홈페이지를 방문해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