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개편이 대선 핵심 화두로 등장한 가운데 짧은 대선기간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하는 새정부 특성상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섣부른 조직개편 시도는 경기침체와 트럼프발 관세 위협 등 대내외 불확실성 속에서 국정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6월 3일 조기 대선이 확정되면서 정부 조직을 개편하겠다는 주요 후보들의 언급도 잦아졌다. 특히 각 후보 캠프의 정책조직이 꾸려지면서 물밑에서 특정 부처의 통폐합이나 축소, 확대 등이 논의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문제는 이 같은 정치권 움직임에 공직사회의 경직도도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다음 달 부처가 없어지고 짐을 싸 다른 부처로 가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선 정책 추진이 제대로 이뤄질 리가 없다. 국정 마비는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미·중 간 통상 전쟁이 심화하는 현재와 같은 상황에선 개편보다 안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새정부가 출범한 뒤 조직개편을 논의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정치권과 정부부처 안팎에선 현 정부조직 체계가 '개발도상국 시절에 체계화된 것'이라는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산업과 통상, 과학기술과 인공지능(AI), 기후와 에너지 등의 정책 영역이 빠르게 융합·전환되는 시대 흐름에 맞춰 정부부처 조직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하는 것이다.
관건은 타이밍이다. 새정부 출범과 함께 개편한 조직체계로 정부부처에 변화를 주기보단, 정권 초반 6개월에서 1년은 기본 조직을 유지하되 그 기간동안 세밀한 개편안을 만들어 실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적폐 청산이나 정권의 유불리를 따지는 조직개편이 아닌 국가 미래를 설계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대선 후보들도 공직자가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정권마다 반복되는, 부처 통폐합을 앞세운 정부조직개편으로는 정책 혼선과 사회 분열과 갈등만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