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에서 지구까지의 거리는 약 1억 5천만 km로, KTX를 타고 시속 300km로 달린다고 해도 태양에 도달하려면 57년이 걸린다. 우리가 밤하늘을 올려다볼 때 볼 수 있는 뿌옇고 연한 구름 띠 같은 것은 우리 은하계다. 이 은하계는 태양과 같은 별 1,000억~2,000억 개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길이는 빛의 속도로 12만 년이 걸리는 거리다. 폭은 3만 광년, 높이는 1,000광년에 달한다.
우주에는 이와 같은 은하계가 약 2,000억 개 이상 존재하며, 우리 은하계와 가장 가까운 안드로메다 은하계까지의 거리는 250만 광년이다. 우주를 지구 크기로 축소한다면, 지구는 모래알 하나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작을 것이다. 그 안에서 인간의 존재는 먼지보다도 작다. 우주의 나이는 약 137억 년, 지구의 나이는 약 45억 년으로 추정되며, 인간은 이 시간 속에서 찰나를 살다 가는 미미한 존재다.
호모 사피엔스는 매 순간 착각 속에 살아가고 있다. 적절한 이름은 ‘호모 에라티쿠스(Homo Erraticus: 착각하는 인간)’일지도 모른다. 인간은 감각기관을 통해 보는 세상이 객관적이라 믿지만, 이는 감각기관과 뇌가 만들어낸 환상에 불과하다.
지구 반대편 아르헨티나의 사람들은 우리가 볼 때 지구에 거꾸로 매달려 사는 것처럼 보인다. 지구는 태양 주위를 초속 30km로 공전하며 자전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 속도와 소리를 전혀 느끼지 못한다. 무지개는 인간의 눈이 특정 파장만을 인식하기 때문에 일곱 빛깔로 보인다. 또한, 차 안에서 날아다니는 파리는 밖에서 보면 시속 100km로 이동 중이다.
심지어 인간은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것만을 느끼며 착각 속에 살아간다. 식물조차 인간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감지하고 있다. 결국 인간은 지구의 공전과 자전 속도, 거대한 소음, 그리고 자신이 지구에 거꾸로 매달려 있다는 사실을 느끼지 못하는 어리석은 존재다.
“인간의 존엄성이 추락하고 허무주의가 짙어진 시대에 인간의 가치와 삶의 의미를 밝혀주는 책이다.”라는 이경묵 서울대 경영대 교수의 평처럼, 이 책은 천문학, 진화생물학, 뇌과학 등 현대 과학의 성과와 문학, 철학, 심리학 등 인문학의 통찰을 엮어낸 ‘인간 설명서’이자 ‘인생 지침서’이다. 또한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AI 시대를 대비하는 대안적 인생론을 제시한다.
저자 김창민은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서어서문학과 교수이자 라틴아메리카연구소 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서울대 불어불문학과와 서어서문학과를 졸업한 후, 스페인 마드리드대학교에서 중남미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