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안보 심사 변수로…고려아연 ‘핵심기술’ 부메랑 [시그널]

2025-12-16

고려아연(010130)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둘러싼 법적 공방이 개시된 가운데 경영권 분쟁의 또 다른 변수로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안보 영향 심사가 있다. 현행 법령은 기업이 국가핵심기술을 해외로 이전할 때 산업부 승인을 거치도록 규정하는데 고려아연은 2개의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 생산시설의 채산성을 맞추기 위해 핵심 기술을 현지에 이전·적용하는 것은 불가피한 만큼 안보 영향 평가 역시 피하기 어렵다. 관건은 외국 정부 주도 합작법인(JV)에 고려아연 본사 지분 상당수가 넘어가는 지금의 출자 구조를 산업부가 어떻게 판단하느냐다.

16일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산업기술보호법)에 따르면 고려아연이 미국 생산시설에 국가핵심기술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산업부 승인을 거쳐야 한다. 고려아연은 2개의 국가핵심기술을 보유 중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날 서울경제신문에 “국가핵심기술이 해외 생산을 위해서 해외로 수출되는 경우에는 심사 대상이 된다”며 “수출로 인해 기술이 해외로 유출되는 것은 아닌지, 적절한 방지 대책을 갖추고 있는지 등을 심사하도록 규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고려아연의 ‘니켈 함량 80% 초과 전구체 설계∙제조 공정 기술’과 ‘헤마타이트 공정 기술’은 각각 지난해와 올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됐다. 이 중 헤마타이트 공정 기술은 아연 제련 과정에서 순도를 높이고 부산물 재활용률을 높이는 등 제련업 채산성을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기술적 난제로 현장 적용이 어려웠지만 고려아연이 업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해 아연 제련업 글로벌 점유율 1위에 올라섰다. 미국 테네시주에 약 11조 원을 들여 새로 구축하는 생산시설도 가격·품질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헤마타이트 기술 적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관건은 산업부가 고려아연의 우회적 출자 구조를 어떻게 판단하느냐다. 고려아연은 미국 법인인 크루서블메탈즈 유한회사(Crucible Metals, LLC)를 통해 생산시설을 운영할 계획인데, 이와는 별개의 법인인 크루서블 JV 유한회사(Crucible JV, LLC)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해 자금을 모은다. 크루서블 JV 유한회사는 미국 전쟁부(국방부)가 지분 40.1%를 보유한 기업으로 유상증자 참여를 통해 고려아연 지분 약 10%를 확보하게 된다. 외국 정부 주도 합작법인(JV)이 캐스팅 보트를 쥐게 돼 경영권 분쟁을 겪는 고려아연의 운영에 영향을 미칠 여지가 있는 것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출자 구조도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종합적인 고려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며 “다만 개별 기업의 심사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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