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알뜰폰 뛰어든 우리은행 "1020 미래고객 잡아라"

2025-04-22

[비즈한국] 우리은행이 알뜰폰 사업을 정식으로 개시했다. 1년에 걸쳐 알뜰폰 사업을 준비한 우리은행은 다양한 할인 프로모션을 펼치며 본격적으로 고객 확보에 나섰다. 특히 1020세대를 잡는 데 힘쓰는 모습이다. 야심 차게 신사업에 뛰어든 우리은행이 알뜰폰으로 잠재고객을 잡을지 주목된다.

우리은행이 4월 18일 알뜰폰 서비스 ‘우리WON 모바일’을 정식 출시했다. 3월 기간통신사업자로 등록한 우리은행은 LG유플러스와 협업해 알뜰폰 브랜드를 론칭했다. 우리WON 모바일은 우리은행 고객이어야 개통이 가능하지만, 요금은 타행으로도 납부할 수 있다.

눈에 띄는 건 우리은행이 만 18세 이하 미성년자(청소년)에게 ‘비대면 셀프 개통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본인인증이 불가능한 청소년과 외국인은 알뜰폰 개통 시 상담사를 통한 확인 절차를 거치거나, 추가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청소년의 경우 법정대리인의 인증과 동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WON 모바일에서는 청소년도 상담사 통화나 서류 제출 없이 비대면으로만 개통할 수 있다.

다만 전면 ‘셀프’로 보기 어려운 부분은 있다. 개통 과정에 법정대리인의 동의, 인증, 우리은행 계좌, 휴대폰 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업계 최초라곤 하나 최근 LG유플러스의 알뜰폰 전용몰 ‘알닷’에서도 비슷한 비대면 서비스(키즈·청소년 원스탑 개통)를 시작했다. 부모가 자신의 계정으로 로그인한 뒤 자녀의 본인인증을 대신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매장 방문이나 서류 제출이 필요 없다. 만약 청소년이 부모 계정으로 가입한다면 셀프 개통이 가능하다.

우리은행은 알뜰폰 사업을 통해 장기적인 고객이 될 1020세대를 노리는 모습이다. 청소년 개통 절차를 간소화한 데 이어, 만 4~18세 가입자를 위한 ‘틴틴 요금제’ 2종을 마련했다. 가격 경쟁력도 갖췄다. 경쟁사인 KB 리브모바일의 ‘주니어 LTE 실속 2.5GB+’ 요금제는 기본 데이터 2.5GB 제공에 월 1만 2900원인데, 우리WON 모바일의 ‘우리 틴틴 4GB+’ 요금제는 4GB 제공에 요금은 1만 200원에 그친다. 두 요금제 모두 소진 시 1Mpbs 속도로 데이터를 제공하는 무제한 요금제다.

앞서 우리은행은 기간통신사업자 등록 후 “브랜드 파워와 기존 고객을 기반으로, 급격히 성장하는 알뜰폰 시장에 진출해 미래세대 잠재고객을 확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은행은 1020세대에게 인기가 높은 가수 장원영을 세워 우리WON 모바일 TV 광고도 공개할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우리WON 모바일 가입자 확보에 나섰다. 5월 말까지 신규 가입자는 30만 원 상당의 상품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멤버십 혜택으로 락인 효과도 노렸다. 멤버십 가입자는 스타벅스·빽다방·커피빈·CU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모바일 쿠폰과 추가 데이터 쿠폰을 받는다.

자사 금융 상품과 연계한 할인도 제공 중이다. 주거래 고객이거나 급여·연금 이체, 예·적금 상품 보유 고객은 거래 실적과 요금제에 따라 요금을 최대 3300원까지 할인 받는다. 신규 가입자는 2개월간 금융 실적이 없어도 할인을 받을 수 있다. 5월에는 우리WON 모바일과 연계한 고금리 적금을 출시할 계획이다.

요금제는 정상가 기준 6000원 후반부터 4만 원 초반까지 34종으로 구성됐다. 데이터가 가장 큰 요금제는 ‘우리WON 5G 125GB+로, 기본요금은 4만 2100원이지만 프로모션 가격으로 3만 8800원에 가입할 수 있다. 일반 알뜰폰 업체의 할인 프로모션 기간은 6개월 정도지만 금융상품과 연계한 요금제는 기한 제한이 없다.

우리WON 모바일은 홈페이지와 은행 앱을 통한 비대면 가입이 기본이며, 단순한 화면과 대화형 절차로 개통 난이도를 낮췄다. 홈페이지에는 요금제 가입, 유심 발급 등의 절차를 세세하게 명시했다. 다만 영업점에서 유심을 수령하거나 청구서를 지로로 발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은행은 “국내 알뜰폰 대명사가 되겠다”라는 포부를 밝혔지만, 후발주자가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알뜰폰 성장세가 둔화한 데다 경쟁자도 적지 않아서다. 2024년 12월 전체 알뜰폰 가입 회선 수는 11월 대비 감소해 약 4년 만에 역성장했다. 금융권에서는 KB 리브모바일로 알뜰폰 시장을 개척한 국민은행이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았고, 여기에 토스(토스모바일)도 뛰어든 상태다.

업계에 미칠 영향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금융권의 알뜰폰 시장 진출이 영세 사업자에게 위협이 되는 것은 맞다. 금융 상품을 활용해 가격을 낮추는데 어떻게 경쟁하나”라며 “비대면 서비스만 제공하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가입자는 문제가 생기면 일단 지점을 찾는다. 은행에서 해결을 못 하니까 주변의 단말기 유통점(대리점·판매점)으로 오는데, 권한이 없다고 설명해도 통하지 않는다”라며 “막무가내로 오는 가입자 때문에 아무 상관없는 유통점이 영업 방해를 받는다. 은행 점포 내에 담당자를 두는 등 사후 관리에도 신경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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