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AI 로봇 시험관' 아기 태어났다… “정자 선별부터 배아선택까지 자동화”

2025-04-22

자동화된 로봇으로 임신에 성공한 부부가 드디어 아기를 품에 안았다. 세계 최초로 '원격 조종 로봇 IVF 시술'을 통해 태어난 아기다.

과학전문매체 라이브사이언스 등에 따르면 미국 생명공학 스타트업 '컨시버블 라이프 사이언스'는 로봇을 통해 수행한 체외수정(IVF; 시험관 아기 시술)으로 임신한 아기가 올해 건강하게 태어났다고 학술지(Reproductive BioMedicine Online 4월호)에 게재했다.

연구진이 로봇을 적용한 시술은 '세포질 내 정자 주입술(ICSI)'로, 정자 한 개를 미세한 주사 바늘로 직접 난자 세포질 안에 주입하는 기술이다. 정자의 운동성이 떨어지는 남성 불임의 경우 유용하다.

ICSI는 난자와 정자를 시험관에 넣어 자연적으로 수정을 유도하는 일반적인 방식보다 성공률이 높지만 의료진의 정밀한 테크닉과 고도의 판단력을 필요로 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시술하는 의사의 컨디션이 시술의 성공률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컨시버블 라이프 사이언스의 최고 과학 책임자인 자크 코헨 박사 연구팀은 ICSI 자동화 시스템을 설계했다. 연구팀은 최적의 정자를 선택하고 난자에 주입, 생존 가능성인 높은 배아를 선택하는 등 ICSI의 23가지 핵심 단계를 자동화하는 데 성공했다.

각 단계는 시술 과정을 전 세계 어디서든 실시간으로 시청하며 버튼을 눌러 시술을 진행할 수 있다. 인공지능(AI)이 외관을 분석해 가장 건강한 정자를 선별하면, 레이저로 정자의 꼬리를 고정한 뒤 로봇이 미세 주사침으로 채취된 난자의 막을 뚫고 정자를 주입하는 방식이다. 단 정자와 난자 채취 과정 및 배아를 자궁에 이식하는 등 일부 단계는 자동화하지 않았다.

연구진은 지난해 기증받은 8개 난자 중 5개를 AI와 로봇으로 수정하고, 3개는 기존 방식으로 수정했다. 자동화 시스템은 5개중 4개의 배아를 만들어냈으며 수동 ICSI는 모두 성공했다.

이후 AI 판독술로 가장 건강한 배아 2개를 골라낸 결과, 모두 AI와 로봇 기술로 수정 및 배양된 배아였다. 다만 표본수가 적기 때문에 이번 결과만 가지고 AI와 로봇을 통한 체외수정과 수작업 중 어느 방식이 더 나은 기술이라고는 단정하기 어렵다.

이번 사례는 미국 뉴욕 허드슨에 있는 전문가들이 원격으로 조작해 멕시코 과달라하라에 있는 피험자에게 시술을 진행했다. 다만 태어난 아기의 성별과 정확한 출생일은 공개되지 않았다.

논문 공동저자인 알레한드로 차베스-바디올라 공동창립자는 “난자는 매우 섬세하고 ICSI 시술 중 변성될 위험이 있다. 이 시술을 자동화하면 이런 문제를 줄여 난자가 완전히 파괴될 위험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시술의 안정성과 효능을 보장하기 위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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