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노동·동일임금 ‘법제화의 틀’, 사회적 대화로 짜길

2025-08-17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가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연내 근로기준법에 명시해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한다는 방침을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담았다. 동일노동·동일임금은 성별과 고용형태에 상관없이 같은 노동에는 같은 임금을 지급한다는 것으로, 이 조항이 근로기준법에 담기면 비정규직·사내하청 노동자는 같은 업무를 수행하는 정규직·원청 노동자와 같은 수준의 임금을 받을 수 있다. 불합리한 임금 차별을 시정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는 것이다.

동일노동·동일임금 법제화는 2000년대 초부터 제기됐다. IMF 외환위기 이후 비정규직 고용형태가 급속히 확산했고, 정규직·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도 갈수록 벌어졌다. 지난해 8월 기준 비정규직의 월평균 임금은 204만8000원으로 정규직 379만6000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사회통합을 위협·저해하는 지경에 이른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비정규직 일자리를 원천적으로 없앨 수 없다면 불합리한 차별을 해소해서라도 반드시 풀어야 할 오랜 숙제다. 그런 점에서 동일노동·동일임금 법제화는 바람직하고 한국 사회가 가야 할 길이다.

동일노동·동일임금 법제화를 위해선 임금체계 개편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국내 기업 상당수의 임금체계는 연공제다. 연공제는 고용형태·근속기간에 따라 임금 차이를 두기 때문에 동일노동·동일임금을 적용하기 어렵다. 대안으로 거론되는 게 업무의 성격과 중요도 등에 따라 임금을 산정하는 직무급제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직무급 도입 없이는 동일노동·동일임금이 어렵다”고 했다. 직무급제가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동일노동’에 대한 객관적 기준이 마련돼야 ‘동일임금’을 지급할 수 있다. 지불 능력이 천차만별인 기업들에 공통적으로 동일노동·동일임금을 적용하려면 업종별 노사협상을 통해 급여 수준을 정하는 산별교섭 활성화·제도화도 필요하다.

이런 문제들은 노사 간은 물론이고 정규직·비정규직 등 노·노 간에도 이해가 첨예하게 상충하기 쉽다. 노사정 사회적 대화와 대타협을 통해 해법을 찾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 8월 기준 국내 비정규직 노동자는 845만9000명에 달한다. 임금노동자 10명 중 4명꼴이다. 이들을 고용 불안정, 위험의 외주화로 인한 상시 산재 위험, 저임금 구조라는 3중의 굴레에 가둬놓고는 국민경제의 건강한 발전도, 사회통합도 불가능하다. 저출생과 양극화, 청년·노인 빈곤도 이 문제와 무관치 않다. 노사정은 국가 백년지대계를 마련한다는 대승적인 자세로 사회적 대화에 임해 동일노동·동일임금 법제화의 틀을 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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