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계, 100인 미만 사업장 키오스크 의무설치 ‘설왕설래’

2025-01-07

28일부터 시행…"위법사례 크게 늘어날 것" 우려

소상공인 비용부담 및 정부 홍보 미흡도 도마 위

외식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상시 10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의무 설치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지만, 현장에서는 이를 제대로 인지하고 있지 않은 업장이 대부분이어서 자영업자들의 위법사례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8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에 따라 오는 28일부터 약 15평 이상의 100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장애인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바닥면적 50㎡ 미만인 시설을 제외한 모든 사업장이 시행 대상에 포함된다.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는 장애인의 키오스크 사용 불편함을 최소화하는 기능을 갖췄다. 음성인식 및 음성안내가 가능해 시각 장애인들이 사용할 수 있고, 사용자의 키를 자동으로 인식하는 한편, 높이를 조절해 휠체어 사용자 및 어린이에게 편의성을 제공한다.

문제는 관련 비용 증가로 외식업계의 매장 운영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설치비용은 소트트웨어 등에 따라 대략 1600~3000만원 정도로 예상된다. 이는 200~500만원 정도의 일반 키오스크에 비해 3~10배 정도 비싸다.

정부의 미흡한 홍보도 문제가 되고 있다. 정부는 외식업계의 보편적인 도입과 소상공인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설치비의 70~80%를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홍보가 부족해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 소상공인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특히, 일부 소상공인은 이미 일반 키오스크를 설치해 배리어프리 기능을 추가 신청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어 상황이 심각하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정부 정책으로 일반 키오스크 설치 비용을 지원받으면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지원금을 추가 신청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서대문구에서 한식집을 운영하는 A(50대)는 “설치 당시 알았다면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설치를 신청했을 것”이라며 “설치 당시 배리어프리 기능에 대한 안내를 받지 못했는데 한푼이라도 더 벌어야 할 어려운 시국에 자비 교체에 대한 부담이 크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에 외식업계는 배리어프리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와 동시에 지원책 마련을 보다 폭 넓게 시행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키오스크 이용에 불편을 느낀 장애인이 해당 사업장을 신고할 경우 최대 30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외식업계는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정국 불안으로 촉발된 고환율로 업계 전반적으로 시름이 깊어진 가운데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까지 터지면서다. 민간 기업들의 연말 연초 각종 모임 및 행사 취소가 잇따르면서 내수 경기도 한층 위축된 상황이다.

특히 지난 연말부터 올해 연초까지 대목을 꿈꿨던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영업할수록 손해”라는 한탄이 터져 나온다. 물가 상승과 탄핵 정국 등으로 당분간 안정을 기약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계엄사태 이후 내리막길을 걷던 외식업계가 벼랑 끝에 몰렸다.

일부 외식업장은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식자재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원가가 뛴 반찬을 아예 구성에서 빼버리거나 손님에게 리필해주지 않고 있다. 일종의 ‘간접 가격 인상’인 셈인데, 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손님들의 주머니 사정도 고려해야 하는 외식업계의 고민이 반영됐다.

1인 1메뉴 정책을 시도하는 식당도 빠르게 늘고 있다. 이전까지는 단체 손님이 인원수보다 적은 수의 메뉴를 주문해도 개의치 않았지만, 천정부지로 오른 식자재값이 내릴 기미가 보이지 않자 한 명당 1개 이상의 메뉴를 주문하도록 한 것이다.

동시에 본격적으로 객단가 올리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1인 1주류 주문 필수’를 내건 식당들이 많아졌다. 술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바나 술집이 아닌, 일반 식당과 레스토랑도 1인 1주류 주문을 요구하는 곳들이 생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비자들의 어려움은 더욱 크다. 가파른 물가상승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소비여력이 축소된 데다, 하반기에도 현 상황이 이어지거나 악화될 것으로 점쳐지면서 지갑을 닫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 것으로 전망된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도입 취지에 대해서는 백번 이해하나 현실적으로 당장 도입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며 “키오스크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설치한 것인데, 비용이 2~3배 더 높은 기기를 설치하는 것은 대규모 업장이 아닌 이상 매우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프로그램을 업데이트하는 정도면 모르겠지만 이것은 아예 교체를 해야 한다"며 "기존 키오스크 운영 문제도 있어서 현실적으로 당장은 도입이 불가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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