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제관례인데 ‘절충교역’ 놓고 트집… K방산 견제 나섰나

2025-04-01

당혹스러운 정부… 해석 분분

해외 무기 살 때 자국 장비 수출

韓, 1000만弗 이상 사업에 적용

당국 “별 문제 제기 없었는데…”

美 입장선 ‘韓 진출 걸림돌’ 인식

미국산 경쟁력 약화 차단 노림수

트럼프식 협상카드 활용 관측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국이 외국에서 무기를 구매할 때의 반대급부인 절충교역을 무역 장벽으로 지목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31일(현지시간) 공개한 무역장벽보고서에서 “한국 정부는 국방 절충교역 프로그램을 통해 외국 방위 기술보다 국내 기술 및 제품을 우선하는 정책을 추진해 왔다”고 밝혔다. 절충교역은 외국의 무기를 살 때 기술을 이전받거나 상대방에게 자국산 무기·장비·부품을 수출하는 것이다. 많은 나라에서 절충교역을 진행하고 있고, 한국도 미화 1000만달러(약 147억원) 이상의 사업에 적용하고 있다.

정부는 당혹스러운 기색이다. 조용진 방위사업청 대변인은 1일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지금까지 절충교역과 관련해 미국에서 별다른 문제 제기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미국과의 절충교역 사업 규모는 약 58억달러(8조5400억원). 한국의 법적 절충교역 비율은 경쟁계약 기준으로 국외구매 계약금액 대비 50%로서 과거에 비해 낮아졌다.

그럼에도 미국이 절충교역을 지적한 것은 한국 시장 진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인식에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실제로 2023년 12월 기종결정이 이뤄진 공군의 대형수송기 2차 사업(7100억원 규모)에선 브라질 엠브라에르 C-390이 미국 록히드마틴 C-130J를 제치고 최종 선정됐다. 비용과 성능은 큰 차이가 없었으나 계약 조건과 절충교역, 국내 업체 참여에서 엠브라에르가 더 높은 평가를 받았다. 수십년 동안 미국 업체가 장악해온 한국 공군 시장에 새로운 경쟁자가 절충교역에 힘입어 진출한 셈이다.

공군 조기경보통제기를 추가 도입하는 항공통제기 2차 사업처럼 유럽·이스라엘 업체와 경쟁할 때, 절충교역 이행에 따른 비용 상승으로 미국 무기 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을 차단하고자 절충교역에 문제를 제기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글로벌 방위산업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국내 방위산업에 대한 견제 차원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2010년대부터 국내 업체들은 동남아시아와 유럽 등에 상당한 규모의 무기를 판매했다.

국내 방위산업 수출 아이템 중 폴란드와 필리핀 등이 도입한 FA-50은 한국이 미국 록히드마틴에서 F-16을 구매하면서 절충교역으로 확보한 기술을 토대로 개발한 국산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을 발전시킨 기종이다.

한국과의 군수 관련 협상에서 활용할 카드를 마련하려는 트럼프식 거래 전술일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한·미는 국방분야의 자유무역협정(FTA)이라 불리는 상호군수조달협정(RDP) 체결 논의를 시작하기로 2022년 양국 정상이 합의했다. 현재 미 행정부 내 논의와 의견수렴 등이 이뤄지는 단계다. 상호군수조달협정은 체결국 상호 간 조달 제품 수출 시 무역장벽을 없애거나 완화하는 협정이다.

미국은 최근 함정 조달과 유지·보수·정비(MRO) 분야에서 한국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일감 감소 등을 우려한 미국 방위산업계가 반발할 가능성도 있다. 이 같은 상황을 의식해서 미국 정부가 절충교역 문제를 제기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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