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인형’ 프로젝트 펼치는 ‘고마저씨’ 박성일 대표
아이들이 그림 그려보내면
사랑 한 땀, 정성 한 땀…
‘나만의 인형’ 탄생
소아암 아이에 선물 계기
11년째 봉사 이어가
“고교생 돼서도 인형 간직”
2025년에도 800장 편지 쏟아져…
“힘 닿는 한 오래 해야죠”
“안녕하세요 고마저씨. 저는 7살 최준희입니다. 저는 항암치료 중입니다. 저에게 힘이 되어준 공룡 친구예요. 공룡 파랑이를 크리스마스에 만나고 싶어요.”
“고마저씨 저는 1학년 김도연입니다. 저는 제주에 살고 있어요. 베스트 프렌드는 토끼입니다. 토끼는 털이 있어서 보들보들해서 너무 좋아요.”

삐뚤빼뚤하지만 소망을 담아 정성스레 눌러쓴 글씨에 간절한 마음이 느껴진다. 어린 나이에 항암치료를 받는 준희에게 힘이 되어준 ‘1개월 된 아기공룡 파랑이’, 도연이의 베스트 프렌드인 ‘보들보들 토끼’. 아이들의 그림이 인형으로 다시 태어났다. 올해 크리스마스에 아이들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인형을 선물받게 될 것이다.
아이들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 주는 ‘나만의 인형’ 프로젝트는 ‘고마저씨’ 박성일 대표의 자선사업이다.
박 대표는 32년째 인형 만드는 일을 해오고 있다. 뽀로로, 티니핑 같은 유명 캐릭터를 포함해 평창올림픽에서 사용된 수호랑, 반다비 등 다양한 탈 인형, 봉제 인형을 제작했다. 처음에는 애정을 갖고 시작했던 일이었지만, 반복된 업무 속에 점차 의미 없는 노동으로만 느껴졌다.






회사 설립과 운영에 중요한 역할을 해온 아내가 2014년 암 판정을 받고 국립암센터에서 투병 생활을 시작했다. 박 대표는 그곳에서 소아암으로 고생하는 후배의 아이를 만나게 되었다. 어린 환자 부모들의 모임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인형으로 만들어 주는 ‘나만의 인형’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다.
암 투병 중인 아내는 “그동안 인형으로 먹고살았으니, 이제는 아이들에게 인형을 선물해 주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고, 아내가 세상을 떠난 이후로도 박 대표는 아이들의 그림을 인형으로 만드는 작업을 11년째 이어오고 있다.
‘나만의 인형’은 공식 우표, 도화지, 편지봉투를 구매하는 것으로 신청할 수 있다. 아이들은 각자 사연과 원하는 인형의 그림을 그려 보낸다. 저작권 문제가 있는 유명 캐릭터나 부모 등 다른 사람들이 도와준 그림은 선정에서 제외된다. 그렇게 올해만 800여개의 편지를 받았고 그중에 100개의 편지를 골랐다.






모든 공정은 수작업으로 이루어진다. 5명 남짓 되는 직원이 도안을 그리고, 직접 천을 잘라 재봉틀로 봉합한다. 주말까지 근무하며 한 달에 만들어 낼 수 있는 인형은 많아야 12개. 접수 마감 후 7월부터 크리스마스를 목표로 강행군이 시작된다.
“인형을 받았던 친구가 고등학생이 돼서도 인형을 가지고 있다고 연락이 와요. 10년 넘게 하다 보니, 이제는 부모님과 아이들이 오래오래 해달라고 말하네요. 힘이 닿는 한 오래오래 해봐야죠.”




최근 학생들의 가방을 보면 인형 뽑기방에서 뽑은 다양한 인형들이 주렁주렁 달린 것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넘치다 못해 가방끈이 감당 못할 만큼의 인형들은 그저 장식품에 불과하다. 끈이 닳아 주인도 모르게 떨어져 흙바닥을 뒹구는 인형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에 반해 하나뿐인 ‘나만의 인형’을 들고 웃으며 소중히 해주는 아이들을 보면 세상에는 역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들이 있지 않을까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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