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펠탑은 무엇으로 만들어졌지?” 이 물음에 “강철”이라고 답하기 쉽다. 정답은 ‘연철’이다.
철기시대가 열린 이후 철은 거듭 진화했다. 해면철 이후 선철과 연철, 강철 순서로 발달했다. 연철 정련법은 18세기 말 영국에서 발명됐다. 연철은 두드리거나 압착해서 가공하기 쉽다. 에펠탑은 모양이 다양한 철제 부품을 먼저 제작한 뒤 옮겨와 리벳으로 조립해 세워졌고, 그래서 연철이 소재로 선택됐다. 강철 정련법도 영국이 19세기 중반에 개발했다. 20세기 초에 등장한 스테인리스강도 영국제다.

한국은 제철소 보유를 기준으로 할 때 철기시대에 뒤늦게 합류했다. 그런데도 2013년에 독보적인 철강을 새로 만들어냈다. 영하 163도까지 내려가도 파손되지 않는 극저온용 고(高)망간강이다. 포스코가 이순기 수석연구원을 중심으로 망간이 22.5~25.5% 포함된 이 소재를 개발해냈다. 강철은 극저온 상태에서 쉽게 깨진다. 포스코가 고망간강을 내놓기 전, 극저온용 선택지는 9% 니켈강 하나였다. 고망간강은 9% 니켈강보다 약 30% 저렴하고, 망간은 니켈에 비해 매장량이 풍부하다.
고망간강은 액화천연가스(LNG) 탱크와 초대형 변압기 등에 쓰인다. 천연가스를 대량 저장·수송하려면 극저온으로 액화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한화오션 등 조선사가 LNG운반선과 LNG연료 추진 컨테이너선에 고망간강을 사용하는 이유다. 포스코는 광양 제2 LNG터미널 저장탱크를 5호기부터 고망간강으로 짓고 있다. 트럼프 2기 미국 정부가 12일부터 철강 관세 25%를 예외 없이 적용하기로 했지만, 경쟁력 있는 한국 고망간강 등 품목은 타격을 덜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소재는 의미를 부여해 이름을 짓고 불러줄 가치가 있다. ‘고망간강’ 대신 ‘K스틸’은 어떨까. 개발한 엔지니어 이순기 수석 연구원의 ‘기(氣)’도 담아서.
백우진 경제칼럼니스트·글쟁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