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구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뻔한 그 이름, 라건아(36·한국가스공사). 미국 버지니주 햄튼에서 태어난 리카르도 라틀리프는 2018년 귀화를 결심하면서 용인 라씨의 시조로 거듭난 인물이다.
태극마크를 달고 뛰었던 라건아는 요즈음 농구판의 뜨거운 감자가 됐다. 귀화선수 자격을 내려놓은 라건아가 최근 옛 소속팀인 부산 KCC에 소송전을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됐다. 라건아가 KCC에서 뛰었던 2024년 1~5월 소득에 대한 종합소득세 약 3억 9800만원에 대한 다툼이다.
KBL 이사회에선 새 소속팀인 대구 한국가스공사가 부담하기로 정리된 사안이었는데, 라건아가 KCC에 소송을 걸면서 갈등이 생겼다.
자연스레 라건아가 KCC의 홈구장에서 원정 경기를 치르는 18일 3라운드 맞대결도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객관적인 전력만 살펴보면 라이벌 의식을 가질 만한 구도는 없다. KCC는 3위, 한국가스공사는 9위. KCC는 주요 선수들의 부상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최준용의 복귀로 다시 상승세를 탔다. 한국가스공사는 오랜기간 꼴찌에 머무르다 힘겹게 순위를 한 계단 끌어올렸다. 올해 두 차례 맞대결 성적에서도 KCC가 한국가스공사를 상대로 2전 전승을 거뒀다.
그러나 라건아를 중심으로 얼키고 설킨 스토리는 이 경기를 특별하게 만든다. 라건아가 공을 잡을 때마다 야유가 쏟아질 가능성이 높다. 라건아의 활약으로 한국가스공사가 승리한다면 더욱 흥미로운 그림이 나올 수 있다. 팬들 사이에선 라건아의 소송 금액에 빗대 “4억짜리 빅 매치”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다.
코트 밖의 빅매치는 더욱 뜨겁게 번질 수 있다. KCC는 물밑으로 조율하려던 라건아의 소송이 끝내 수면 위로 올라오자 지난 16일 KBL 사무국장 회의를 통해 라건아의 재정위원회 회부를 요청했다. KBL 역시 빠른 시일 내에 재정위에서 라건아의 징계를 밟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소송이 KCC와 한국가스공사의 확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KCC의 한 고위 관계자는 “라건아의 징계와는 별개로 소송은 진행될 것”이라며 “길면 4~5년이 걸릴 수도 있다. 우리가 패소한다면 한국가스공사에 (라건아의 세금을) 구상권 청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국가스공사 관계자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소송 결과를 기다린다. KBL에서 재정위원회를 열어 상벌을 내린다면 따르지만, 세금 부담 관련 내용은 수용할 수 없다. 그건 법적 판단이 우선이다. KCC가 구상권 청구 소송을 한다면 그건 향후 일인데 그 때 법적으로 다툴 예정이다”고 밝혔다.
라건아와 KCC, 한국가스공사가 얽힌 소송전이 끝날 때까지 두 팀의 라이벌 구도는 굳건해질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