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더뉴스 이종현 기자ㅣ지난 2월 출시된 GPT4.5가 불과 반년 만에 퇴장하고 8월 초 GPT5가 공식 공개되면서 시장의 관심은 두 모델 간 차이에 쏠리고 있습니다.
"GPT-3는 고등학생, GPT-4는 대학생과 대화하는 느낌이었다면 GPT-5는 박사급 전문가와 대화하는 느낌"
챗GPT를 개발한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챗GPT5 모델을 공개하던 당시 한 말입니다. 올트먼 CEO는 챗GPT5에 대해 환각 현상을 대폭 줄이고 일반 모델과 추론형 모델을 결합한 통합형 모델로 신뢰성과 정확도를 크게 높였다고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GPT5가 출시된 이후 사용자들의 반응은 마냥 좋지만은 않습니다.
교사, 프로그래머, 연구자 등 전문직 사용자들은 "복잡한 코드 오류를 잡아내는 능력이 이전보다 눈에 띄게 향상됐다", "긴 문서를 요약하거나 데이터 분석을 맡기기 좋다"라며 개선된 추론 능력에 대해 주목했지만 일반 사용자들은 "예전 GPT-4.5나 GPT-4o보다 대화가 딱딱하고 감정적 교감이 줄었다"라고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박사급의 추론 능력을 지녔음에도 "책 4권을 양손을 이용해 들고 웃는 20대 한국 여성을 그려줘"와 같은 단순한 프롬프트(명령어)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다는 불만이 제기됐습니다.

사용자들이 GPT5에 대해 일괄적으로 제기하는 문제는 질문에 따라 일반모델, 추론모델을 자동으로 선택해 답변하는 기능(자동라우팅)이 제대로 지원되지 않으며 감정을 배제한 사무적이고 딱딱한 답변입니다. 또한, 추론 능력이 올라간 만큼 답변 시간이 지연됨에도 그만큼 답변의 질이 높아지지는 않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에 오픈AI는 지난 9일부터 유료 이용자들에게 이전 모델인 4.5 모델을 사용하는 것을 가능하도록 조치했습니다.
그렇다면 정말로 GPT5는 이전 모델에 비해 숫자만 높아진, 오히려 후퇴한 모델일까요? 전문가들은 GPT5 모델에서 주목할 요소로 '인지 기능'을 꼽고 있습니다.
오픈AI가 GPT5를 홍보할 때 가장 많이 강조했던 사실 중 하나가 바로 '환각 현상'을 대폭 줄였다는 점입니다. 환각 현상이란 AI 모델이 질문을 받았을 때 질문에 대한 답이 존재하지 않거나 탐색이 어려운 경우 거짓된 내용을 마치 사실인 양 답변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AI의 메타 인지 능력에서 나옵니다. 메타 인지란 자신의 생각이나 인지 과정에 대해 스스로 인식하고 통제하는 능력을 의미하며 알고 있는 게 무엇인지, 무엇보다 모르는 게 무엇인지 파악하는 능력입니다.
예를 들어, "카자흐스탄의 수도는 어디야?"라는 질문에 일반적인 사람들은 답을 모를 경우 "모른다"라는 답변이 거의 즉각적으로 나옵니다. '모른다'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며 이것이 메타 인지입니다.
'모른다'라고 답하는 것은 인간에게는 매우 쉬운 일이지만 AI나 기계에게는 그렇지 않습니다. AI가 답을 찾는 방식은 보유한 데이터 내에서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방식인데 데이터 내에 정보가 없어 모르는 경우에는 보유한 데이터를 전부 탐색한 이후에나 '모른다' 또는 '답이 없다'라는 결론을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메타 인지는 이제까지 인간의 고유 영역으로 여겨졌으며 AI가 넘어야 할 하나의 산이었습니다. 지난해 6월 빌 게이츠는 "이제 AI는 단순히 데이터 규모와 컴퓨팅 능력을 키우는 것만으로는 나아갈 수 없다"라며 "메타 인지가 AI의 다음 개척지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를 위해 AI 연구는 기존에 데이터 내에서 답을 찾던 방식에서 벗어나 추론 기능을 만드는 데에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단순히 보유한 대규모 데이터 안에서 유사한 답변을 찾아 빠르게 제공하기보다는 계획, 가설, 검증, 단계 반복을 거쳐 유의미한 신뢰도를 확보한 후에 답을 내는 방식을 찾은 것입니다.
GPT5는 이러한 추론 기능에 집중한 모델입니다. 그렇기에 기존 모델들과 조금은 다른 형태의 답변을 받게 되고 이것이 이질적이고 익숙지 않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는 평가도 존재합니다. 특히, 느린 답변 속도는 추론 기능이 적용된 AI 모델들이 아직 풀어야 할 숙제이기도 합니다.
전문가들은 GPT-5가 'AI와의 동반자 관계'보다는 '실질적 업무 생산성 도구'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했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이전까지의 '따뜻한 AI'에서 '차가운 전문가형 AI'로 전환을 시도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과도기에는 이번 이용자들의 불만과 같은 문제들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모두에게 전문가형 AI만이 필요한 것 역시 아닙니다. 챗GPT로 AI 챗봇 시장의 '표준'으로 입지를 다진 오픈AI이기에 이러한 기준이 더욱 강하게 작용하기도 합니다.
오픈AI에게 있어 향후 과제는 정밀성과 인간적 교감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