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디지털트윈 기술 적용이 확산되고 있다. 해외에선 가상공간에 환자·장기·병원 시스템을 그대로 재현해 치료 반응과 결과를 예측하는 개인 맞춤형 의료, 병원 운영 효율화 등에 적용하고 있고, 국내는 제조·스마트팩토리 혁신을 중심으로 도입하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인공지능(AI) 디지털트윈 기업 '트윈헬스'(Twin Health)는 덴마크 투자회사인 'Maj 인베스트'에서 5300만 달러(약 73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트윈헬스는 개인의 스마트기기, 검사 결과, 식사 기록 등에서 얻은 바이오마커를 기반으로 'AI 디지털트윈'을 구축한다. 이를 통해 맞춤형 영양, 활동, 수면 등 정밀하고 지속가능한 맞춤형 지침을 제공한다.
트윈헬스는 자사 AI 디지털트윈 모델이 위고비 같은 비싼 약물 없이도 당뇨병과 체중 감량에 매우 효과적이라는 내용의 연구를 국제 학술지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Catalyst'에 발표했다. 미국심장학회(AHA), 미국당뇨병학회(ADA), 미국심장학회(ACC) 등 주요 학술지에는 동료 검토(peer-reviewed) 형태로 게재됐다.
해외에서는 이처럼 개인 맞춤형 의료 등에 디지털트윈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필립스는 심혈관 환자의 심장을 가상으로 복제해 최적의 스텐트를 시뮬레이션하는 '허트 플로우', 수술 전 해부학적 구조를 미리 확인하는 '허트 네비게이터' 등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 다케다제약은 임상시험 전 단계에서 디지털 트윈을 도입, 환자 반응을 가상으로 검증하는 방식으로 신약 개발 비용과 기간을 단축하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제조·스마트팩토리 혁신을 중심으로 도입을 시작했다. 아직 국내에서 환자 데이터와 임상시험을 디지털트윈으로 구현하기 위한 법·제도적 장벽이 높고 개인정보보호 규제도 엄격하다. 반면 제조공정은 상대적으로 규제 부담이 덜하고 투자 대비 성과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웅제약은 지난달 산업통상자원부 국책과제에 참여해 바이오의약품 제조 전공정을 디지털 트윈으로 구현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오송 스마트팩토리에서 세포 배양부터 정제, 품질 관리까지 전 과정을 가상환경에서 시뮬레이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한독도 지난 6월 공장에 디지털 트윈을 도입키로 했다.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스마트제조혁신추진단과 '2025년 자율형 공장 구축 지원사업' 협약을 체결하고, 대표 제품인 '케토톱'을 생산하는 공장에 디지털트윈과 AI 자율제어시스템을 접목키로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디지털트윈 공정을 생산 공장에 적용 중이다. 전산유체역학(CFD)과 다변량 데이터 분석(MVDA)을 접목한 디지털 제조 시뮬레이션(DMS)을 운영해 수천가지 생산 변수를 사전 검증하고, 최적 조건을 도출하는 방식이다. 대규모 위탁생산(CMO) 과정에서 품질 변동성을 최소화하고 생산 효율을 높인다.
종근당은 '메타버스 팩토리'를 구축했다. 생산 설비와 작업 과정을 가상공간에 옮기고, 이를 AI·자동화 시스템과 결합시켜 공정 최적화를 추진하고 있다.가상환경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사전에 검증하고 품질 편차를 줄이는 데 기여한다.
아이큐비아 메디테크 관계자는 “디지털트윈은 분명히 유망한 기술이지만, 대규모로 적용하려면 데이터 사일로 문제, 시스템 간 상호운용성 부족, 개인정보 보호 규제와 같은 여러 장벽을 넘어야 한다”면서 “향후에는 점점 플랫폼이 점차 성숙하고 제도적 틀이 정비되면서 이런 장애물은 극복 가능해 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