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이 재개발 대어 용산 한남4재정비촉진구역(이하 한남4구역) 수주전을 전담할 TF팀을 꾸렸다. 경제계 맞수인 현대자동차그룹의 현대건설과의 9년여만의 맞대결에서 승리를 거머쥐기 위한 총력전을 벌일 심산으로 풀이된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지난 6일 실시한 연말 인사를 통해 한남4구역 수주전 전담 TF팀을 신설했다. 'H-PTJ TF'로 이름 붙인 TF팀에는 기존에 한남4구역을 담당하던 주택수주1팀 산하 수주2사업소 8명과 함께 본사에서 근무하던 관리‧기획‧마케팅 등 담당자 6명이 배치됐다. TF팀장은 권혁태 수주2사업소장이 맡게 됐다.
이번 인사로 삼성물산은 한남4구역 수주전이 끝날 때까지 한강 이북지역에 투입했던 인력을 한남4구역 한 곳에 집중할 전망이다. 삼성물산 내부 사정에 밝은 업계관계자는 "삼성물산은 최근 남영2구역 수주에 성공한 뒤 한남4구역에 대한 집중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초고위급 임원들도 예의주시하고 있는 만큼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삼성물산이 TF팀까지 출범하면서 총력전을 예고한 것은 맞상대가 현대건설이기 때문이다. 시공능력평가 1위와 2위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2015년 이후 재개발‧재건축 사업에서 맞대결을 펼친 적이 없다. 국내 부동산 중심지로 꼽히는 강남‧용산권역에서 9년여 만에 펼치는 대결에서 질 경우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하다.
삼성물산이 이겨야 할 이유는 또 있다. '건설업계 최강자'라는 수식이다. 삼성물산은 시공능력평가 1위를 11년째 지키고 있다. 현대건설은 2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업계에선 삼성물산이 시평 1위를 유지하는 것엔 삼성전자가 발주한 내부물량의 힘이 크다는 평가가 심심찮게 나온다.
업계관계자는 "삼성물산이 견고한 시평 1위는 맞지만 도시정비사업에선 현대건설이 지난해까지 5년 연속 1위를 달리면서 최강자 자리를 지키고 있다"면서 "삼성물산이 한강변 초대어인 한남4구역에서 현대건설을 제압하면 한동안은 건설 최강자에 대해 다른 의견이 나오긴 힘들 것"이라고 했다.
이번 대결은 CEO 간 자존심 대결 양상으로도 번지는 모양새다. 오세철 삼성물산 대표이사와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이사는 모두 현재 회사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평생을 바친 '원 클럽 플레이어'다. 현장과 관리를 두루 경험한 전천후인재이기도 하다. 대표 취임 후 정비사업 확대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도 공통점이다. 이런 두 대표가 같이 한남4구역을 낙점한 만큼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임직원들이 수주전에 임하는 태도도 남다르다는 후문이다.
오세철 대표는 2020년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취임 이후 도시정비사업 진출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왔다. 2015년 이후 도시정비사업 신규수주를 중단했던 삼성물산이 시장에 복귀한 것도 오세철 대표 취임 이후다.
윤영준 대표는 그야말로 '주택통'으로 꼽힌다. 주택본부장(부사장) 시절 용산 한남3구역 수주전 당시 구역 내 집을 사 조합원이 됐다는 연설을 하면서 승리를 거머쥔 일화가 유명하다. 대표이사가 된 이후에도 크고 작은 수주전 현장에 직접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하고 주민들을 직접 만났다.
일각에선 이번 수주전이 두 대표이사의 내년 거취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업계관계자는 "오세철 대표와 윤영준 대표 모두 임기 4년 차에 접어든 장수 CEO"라면서 "이번 맞대결로 자존심을 구길 경우 향후 거취에도 영향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신경을 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한남4구역은 오는 11월18일까지 시공사 입찰보증금과 입찰제안서를 받는다. 현재 확약서를 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참여할 전망이다. 최종 시공사는 내년 1월 18일 총회를 거쳐 선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