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 폭설에 무더기로 주저앉은 비닐하우스…농가들 ‘망연자실’

2024-11-28

“평생 이런 눈은 처음입니다. 40㎝ 가량 내린 눈에 연동 비닐하우스가 속절 없이 무너졌습니다. 올해 농사는 이미 끝났고 앞으로 계속 농사를 지어야 할지 막막합니다.”

경기 평택 진위면에서 7933㎡(2400평) 규모로 방울토마토농사를 짓는 정병헌씨(66)는 하루밤새 폭설로 비닐하우스가 모두 붕괴되는 피해를 봤다.

평택을 비롯한 경기지역과 수도권지역에 26~28일까지 쏟아진 기록적 폭설로 시설채소단지가 밀집한 평택 진위면지역 비닐하우스 스 가운데 절반 이상이 피해를 당했다는 게 정씨의 설명이다. 28일 오전 눈이 내리는 가운데 찾은 정씨 농장이 있는 하북리지역은 정씨 말대로 곳곳에 폭탄을 맞은 듯 붕괴된 비닐하우스들이 눈속에 파묻혀 있었다.

특히 정씨는 지난 7월엔 3일 동안 210㎜가 넘게 쏟아진 폭우로 비닐하우스가 침수되는 피해를 겪고 겨우 피해를 복구해 다시 농사를 시작했는데, 이번엔 눈폭탄을 맞은 것이다. “여름 폭우로 당한 침수 피해를 겨우 수습하고 7월말부터 다시 방울토마토를 심어 8~9월엔 폭염으로 생육이 불량하다 이제 겨우 정상화돼 본격 수확을 시작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인근에서 6611㎡(2000평) 규모로 방울토마토 농사를 짓는 정씨의 형 정병호씨(69)도 폭설 피해를 피해가지 못했다. 그는 “스마트팜으로 시설을 현대화해 양액재배로 방울토마토를 생산하는데 이번 눈에 모두 무너졌다”고 말했다.

두 정씨는 이번 눈이 적설량도 많지만 무엇보다 습기를 가득 머금은 습식눈이어서 단동하우스 보다는 연동하우스 피해가 컸다고 말한다. 대부분 연동하우스에는 겨울철 재배작물이 들어가 있어 난방을 하기 때문에 습기를 머금은 눈이 더 녹아 흘러내리지 못하고 비닐하우스 연결부위를 짓눌러 피해를 키웠다는게 이들의 분석이다.

정병호씨는 “연동하우스는 시설현대화를 통해 첨단장비를 갖추거나 양액재배 등으로 각종 시설을 추가한 곳이 대부분이어서 붕괴로 인한 피해가 더 클 수 밖에 없다”며 “다시 농사를 지으려면 눈이 녹은 뒤에나 복구할 수 있어 최소 3~4개월은 걸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기 안산 양상동에서 3966㎡(1200평) 규모로 방울토마토농사를 짓는 천용균씨(67) 또한 6개 연동하우스 이번 폭설에 붕괴됐다. 천씨는 “눈이 얼마나 무거웠던지 비닐하우스 철골이 바닥에 까지 닿았다”며 “양상작목반 50명의 반원 중 시설채소농사를 짓는 농가가 30여 농가인데 거의 모든 시설채소 농가의 비닐하우스가 폭설 피해를 당했다”며 망연자실 했다.

농가들은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새로 농사를 지으려면 무너진 하우스를 철거하고 새로 하우스를 지어야 하는데, 언제 눈이 녹을 줄 모르는데다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폭설 피해를 본 시설채소 농가 중 별도의 계약서 없이 땅주인과 구두 합의로 농사를 짓는 관행적인 임차농이 많아 피해복구에 엄두를 내지 못하는 농가가 늘고 있다.

정병헌씨는 “평소 4628㎡(1400평) 규모의 연동하우스를 철거는데도 3000만원이상 드는데 폭설 피해로 인한 철거에는 외부 골조 뿐만아니라 내부 시설까지 모두 치워야하기에 비용은 더 들 것”이라며 “게다가 새로 연동하우스 1000평을 짓고 농사에 필요한 시설까지 설치하려면 3억원 이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씨는 “70이 가까운 나이에 6611㎡(2000평) 이상의 농장을 철거하고 새로 지으려면 6억~7억원이 필요할 텐데, 융자가 가능하다고 해도 이 나이에 그 정도까지 투자해 다시 농사를 지어야하나하는 생각까지 든다”고 말했다.

평택·안산=최상구 기자 sgchoi@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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