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 시간) 열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이 북극 한파 영향으로 실내에서 진행된다. 당초 22만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던 취임식 초대 인원도 대폭 줄어 실제 행사장 내에 입장할 수 있는 인물은 2만여 명으로 제한됐다.
트럼프는 제47대 대통령으로 취임하지만 취임식은 1776년 미국 건국 이래 60번째다. 연임에 성공하더라도 취임식은 갖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에 실내에서 열린 행사는 40년 전인 1985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재선 취임식이다. 당시 기온은 영하 13.8도를 기록했다. 한파에도 야외 취임식을 강행했다가 ‘불의의 사고’가 벌어진 경우도 있다. 1841년 취임했던 제9대 미국 대통령 윌리엄 헨리 해리슨은 폭우에도 2시간에 가까운 야외 취임식을 가졌다. 68세로 취임 시 역대 미 대통령 중 네 번째로 고령이었던 그는 폐렴에 걸려 32일 만에 사망했다.
예상 외로 많은 인파가 몰려 행사 진행이 원활하지 못했던 경우도 있었다. 1829년 열린 제7대 대통령 앤드루 잭슨 취임식에는 역대 최초로 일반 시민들이 초청됐다. 예상보다 많은 2만여 명이 몰려 정작 취임사를 해야 할 잭슨 대통령이 ‘뒷문’으로 국회의사당에 진입해야 할 정도였다. 직후 백악관에서 열린 연회에서는 술에 취한 군중들이 가구와 장식품을 부수기도 했다.
올해 취임식은 영하 13도까지 떨어지는 ‘북극 한파’가 예고되면서 취임식을 사흘 앞두고 당초 미 의회 의사당 야외 무대에서 내부 로툰다(중앙홀)로 급하게 변경됐다. 로툰다는 약 600명만 수용할 수 있다. 트럼프는 최대 2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워싱턴 시내 캐피털원 실내 경기장에서 실시간 시청할 수 있다고 했으며 나중에 자신이 들르겠다고 약속했다. 혹한으로 당초 계획했던 야외 퍼레이드도 취소됐다.
참석 인원이 10분의 1 이하로 줄며 취임식을 위해 미국으로 향했던 국내 정·재계 인사들도 난감한 처지가 됐다. 우선 조현동 주미대사는 우리 정부 대표로 로툰다에 입장할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에서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부부와 김범석 쿠팡 의장이 초대 받았다. 정 회장 부부와 김 의장은 취임식 후 열리는 ‘스타라이트’ 무도회에도 참석한다. 이 무도회에는 트럼프와 영부인 멜라니아 여사도 참석해 참석자들과 만남을 가진다. 김석기 외교통일위원장,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등으로 꾸려진 방미단은 실내 초청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측 국회의원들은 워싱턴에서 앤디 김 등 미 의회 내 한국계 의원들과 만나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