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북극한파 뚫고 '붉은 모자' 집결…"트럼프가 경제 바로 잡을 것"

2025-01-19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을 이틀 앞둔 18일(현지 시간) 워싱턴 연방의회 앞. 혹한의 날씨 탓에 트럼프가 취임식을 실내에서 열겠다고 하면서 외부 연단 철수 작업이 한창이었지만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가 적힌 빨간 모자를 쓴 지지자들은 의회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플로리다에서 트럼프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워싱턴으로 왔다는 팅크 씨는 “트럼프는 2017년 처음 취임했을 때처럼 잘할 것”이라며 “내 손주들을 위해 국경을 폐쇄하고 경제를 바로잡을 것이며 세계를 위해 옳은 일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회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는 캐피털원 실내 경기장 앞도 비슷한 분위기였다. 트럼프는 20일 취임 선서는 의사당 로툰다홀에서 하고 이후 캐피털원을 방문해 지지자들과 만날 예정이다. 테네시에서 온 윌리엄스 씨는 “갑작스럽게 행사가 실내로 변경돼 혼란스럽다”면서도 “취임식 당일, 경기장 안에 입장하는 것은 선착순이라는 말이 있어서 아침 일찍 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정책은 끔찍하다(horrible)”며 “정부가 너무 많은 권한을 가지며 예산을 잘못된 곳에 지출했다. 바이든은 참모들이 하라는 대로만 움직이는 듯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국민에게 권력과 통제권을 돌려주고, 정부는 관리만 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것”이라며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다른 나라와의 관계도 개선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20일 트럼프 취임을 앞두고 워싱턴이 들썩이고 있다. 트럼프가 취임식을 사흘 앞두고 실내 행사로 변경하면서 일부 혼란이 있었지만 대부분의 지지자들은 트럼프 시대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혹한에 40년 만에 ‘실내 취임식’=트럼프는 17일 트루스소셜을 통해 “북극 한파가 미국을 휩쓸고 있으며 나는 사람들이 다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며 “기도와 취임 연설 등을 의사당 로툰다홀에서 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트럼프가 취임 선서를 할 20일 정오 워싱턴 기온은 영하 6.1도로 예보돼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2기 취임식 때인 1985년(영하 13.8도) 이후 두 번째로 추운 취임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시에도 취임식을 실내에서 열었는데 이번에 40년 만에 다시 실내에서 개최되는 것이다. 트럼프 측은 총 22만 장의 취임식 참석 티켓을 상하원 의원 등을 통해 뿌렸지만 로툰다홀에는 약 600명의 핵심 인사만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취임 선서 후 실내 경기장에서 지지자와 인사…멜로니 등 극우 지도자 참석=트럼프는 “이 역사적인 행사(취임식)를 생중계로 시청하게 하고 취임 퍼레이드를 열기 위해 캐피털원 아레나를 개방하겠다”며 “취임 선서 후 나는 이곳의 군중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는 20일 의회에서 취임 선서와 연설, 대통령 서명 행사, 의회 합동위원회 오찬 등을 한 후 캐피털원으로 이동해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눌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캐피털원에서는 19일 오후 ‘마가 승리 집회’가 열린다. 트럼프는 18일 자신이 소유한 버지니아 소재 스털링에 있는 골프클럽에서 리셉션 및 불꽃놀이 행사도 개최했다.

취임식에는 조 바이든 대통령, 버락 오바마·조지 W 부시·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함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 등도 참석할 예정이다. 통상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외국 정상은 초청하지 않지만 이번에 극우 성향의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초청장을 받아 참석한다. 또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라 불리는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도 참석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취임식에 초대받았지만 참석하지 않고 대신 한정 국가 부주석을 특사로 파견했다. 트럼프 측은 반이민 정책을 추진하는 영국 개혁당의 나이절 패라지 대표, 에리크 제무르 프랑스 레콩케트(재정복) 대표 등 극우 성향 정당 대표를 대거 초청했다.

◇호텔 1박에 200만 원…예약률도 80%=야외 취임식이 갑작스럽게 취소됐지만 워싱턴 시내에는 빨간색으로 ‘마가’가 새겨진 모자와 트럼프 후드티를 입은 지지자들이 몰려들어 들뜬 분위기였다. 길거리 곳곳에 트럼프 기념품을 파는 노점상이 자리를 잡았고 지지자들이 물품을 구매하는 광경이 눈에 띄었다. 실제 18일 현재 워싱턴 시내에 있는 3성급 브랜드 호텔의 1박 요금은 866달러(126만 원)로 뉴욕 맨해튼 타임스퀘어에 있는 같은 호텔(192달러)보다 4.5배나 비쌌다. 영국 가디언은 15일 기준 워싱턴 시내 호텔 1박 요금이 900~1500달러(131만~218만 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호텔 리서치 회사인 STR글로벌의 분석에 따르면 워싱턴 북동부 3만 5118개의 객실의 19일 예약률이 80%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다. 캐피털원 인근 한 식당의 총지배인은 워싱턴포스트(WP)에 “주말에 많은 군중이 몰릴 수 있어 추가적으로 보안 요원을 고용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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