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사 어떤 내용 담기나
‘MAGA’ 기조 집권2기 청사진 제시
정파간 통합 시도보다 美 참상 강조
민족주의적 국정운영 방향 내세울듯
외교 정책은 ‘힘을 통한 평화’ 앞세워
방위비 증대·파나마 통제 언급 가능성
AP “8년 전 발언보다 더 제국주의적”
일각선 “트럼프 팀, 빛·단결 등 강조”
비교적 낙관적 분위기 제시 전망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20일(현지시간) 낮 12시 워싱턴 연방의회 의사당 중앙홀에서 취임 선서를 한 뒤 곧바로 취임사를 통해 집권 2기 국정운영의 청사진을 제시하게 된다. 그의 대선 슬로건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Make America Great Again)를 기조로 이민, 경제, 외교, 사회 등 각 분야의 국정 운영 구상이 총망라될 전망이다.
일반적으로 미국 대통령은 선거 기간 동안 파인 정파 간의 분열을 통합하려는 시도를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이 이 같은 문법을 따를지에 대해 미국 언론은 회의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AP통신은 18일(현지시간) “여덟 해 전 트럼프는 통상적인 낙관주의와 통합의 약속 대신 국가의 어두운 모습을 묘사하는 취임 연설을 했다”며 “(2017년에 한) 포퓰리즘적이고 민족주의적인 연설은 ‘미국의 참상’(American Carnage)과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라는 문구를 대통령의 사전에 각인시켰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는 그가 첫 임기 동안 어떻게 국정을 운영했는지 보여줬으며, 그의 두 번째 임기에서도 비슷한 방식을 따를 것임을 암시한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당선인은 당시 “도시의 빈곤에 갇힌 어머니와 아이들”, “필요한 지식을 제공하지 못하는 교육 시스템”, “너무나 많은 생명을 앗아가고 우리 국가의 잠재력을 앗아간 범죄와 갱단, 마약” 등을 나열하며 15분간 쇠퇴하는 미국의 모습을 묘사하고, “미국의 참상은 여기서 당장 멈출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이 순간부터, 미국 우선주의다”라고 강조했다. AP는 “트럼프는 지난 8년간 이 같은 분노를 더 강하게 표출돼왔다”며 트럼프 당선인의 이번 취임 연설이 당시보다 더 강하게 미국의 실패와 미국 우선주의의 부활을 강조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 같은 기조하에 이번 취임사에서 우선 불법 이민자에 대한 대대적인 추방과 국경 봉쇄를 단행하겠다고 선언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 보호를 위해 제한해왔던 미국 영토에 묻힌 석유·가스 등 에너지 자원에 대한 새로운 시추를 통해 에너지 가격을 절감하면서 인플레이션 고통을 덜겠다는 의지도 피력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정권 아래 각종 분야에서 시행된 ’정치적 올바름’(PC·Political Correctness)이나 다양성 정책에 대한 비판과 함께 이를 바로잡겠다는 약속도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대외정책으로는 그가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고 수차례 강조해온 관세 부과 정책을 거론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보편 관세’라는 이름하에 모든 수입품에 10∼20%, 중국에 대해선 60%의 관세를 물리겠다는 의지를 이미 밝힌 바 있다.
2017년 트럼프 당선인의 첫 취임 연설은 외교 정책에 대해선 가볍게 다뤘지만, 이번엔 취임 전 대외정책과 관련한 언급이 부쩍 많아진 점에 비춰 연설문 내에서도 비중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힘을 통한 평화’를 강조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인도태평양 지역의 동맹에 대한 방위 부담 증대를 거론할 수 있다.
또 최근 거론한 파나마운하 통제 문제, 그린란드 합병 제안 등도 언급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AP는 “2017년의 그의 발언은 2025년의 트럼프가 더 제국주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고 평가했다.
전반적으로 재선 도전 실패 후 4년 만에 백악관에 돌아오는 트럼프 당선인의 이번 취임사는 4년간 미국인의 삶이 고단했다는 점을 들어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을 뒤집고 자신의 집권 1기로 되돌아가겠다는 선언이 될 전망이다.
다만 일각에선 트럼프 당선인이 2017년보다는 유화적인 취임사를 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인터넷매체 액시오스는 “트럼프 팀은 ‘단결’(unity)과 ‘빛’(light)을 강조하고 있다”며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식 연설이 1기처럼 미국이나 세계에 대한 특유의 종말론적 수사로 점철되지 않고 비교적 낙관적 분위기를 보여줄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이번 취임식 행사가 ‘빛’이라는 용어를 자주 차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액시오스는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빛은 희망과 새로운 시작, 앞으로 나아갈 길을 의미한다”며 “(빛은) 취임식에서 정말 중요한 주제일 뿐 아니라 지난 몇 달 동안 트럼프 팀의 지침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워싱턴=홍주형 특파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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