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朝之忿 忘其身…非惑與(일조지분 망기신…비혹여)

2025-01-26

흔히 ‘성낼 분’이라고 훈독하는 ‘忿’은 ‘分(나뉠 분)+心’으로 이루어진 글자로서 ‘마음이 나뉨’을 형상화한 글자이다. 중심 잡힌 안정된 마음이 아니라, 엉뚱한 방향을 향해 나뉘어 치닫는 마음이 곧 ‘분(忿)’인 것이다. 중심을 잃고 분을 터뜨리면 일을 그르치게 된다. 하루아침의 성냄으로 자신을 망치는 어리석음이 곧 미혹이다. 일시적 ‘속 시원함’에 미혹되어 ‘엎지른 물’인 분노가 가져오는 재앙은 자신은 물론 부모 형제자매에게까지 미친다. 불의에 대해서도 성내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다. 정의로운 성냄은 ‘忿’이 아니라, ‘충(忠·충성 충)’이다. ‘中+心’으로 이루어진 ‘忠’은 자신의 한결같은 중심일 뿐, 미혹되어 ‘나뉜 마음’인 ‘忿’이 아닌 것이다.

잘못된 소신으로 법원에 난입하여 폭행을 저지른 사람들이 있다. 미혹에 빠져 분풀이로 자행한 폭동이 분명함에도 폭동을 ‘충(忠)’이라 강변하는 사람들도 있고 은근히 동조하는 사람도 있다. 어떤 이유로도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 더 이상 미혹과 미망에 빠져 자신을 망치고 나라를 망치는 일을 저지르는 사람이 없기를 바란다. 설 명절과 함께 맞는 새봄에는 우리 사회에 바른 가치관이 정립되어 ‘일조지분(一朝之忿)’의 미혹이 사라지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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