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매년 시행하는 ‘농가경제조사’에 대해 표본의 대표성이 부족하고 조사 결과의 정책 활용도가 낮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관련 예산과 인력 증대를 통한 표본수 확대 등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뒤따른다.
농가경제조사의 목적은 농가경제 동향과 농업경영 실태를 파악해 농업 정책 수립과 경영개선 등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하는 것이다. 조사 항목인 농가 소득·부채·자산 등은 농업의 현주소를 짚어보는 중요한 지표로도 작용한다.
하지만 농가경제조사의 신뢰도에는 오래전부터 물음표가 따라붙었다. 5년 단위로 표본을 교체할 때마다 시계열(시간 흐름에 따라 순차적으로 기록된 데이터) 단절이 일어나 조사 결과가 널뛰는 데다 3300가구에 불과한 표본수 등에 따라 대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12일 세종에서 개최한 ‘농식품통계 발전포럼’에서도 이같은 주장과 개선책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한석호 충남대학교 농업경제학과 교수는 “농가경제조사의 표본수가 적어 지역·품목별, 극소농·대농 등 세부 관심변수(층화)에 대한 대표성을 띠기 어렵고 정확도 문제도 발생해 중앙·지방 정부의 농정에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표본 재설계를 통한 표본수 확대와 함께 이를 뒷받침할 정부의 예산·인력 증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시계열 단절로 인한 정확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경제활동인구조사’처럼 일정 기간마다 표본의 일정 비율을 교체해나가는 ‘연동표본체제’ 도입을 검토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홍석 충북대학교 농업경제학과 교수는 “표본수 부족 등으로 믿을 수 없는 통계는 사용하기 힘들고, 그 때문에 활용도가 높지 않다 보니 통계청에서도 (개선에 대해)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 같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예산과 자원의 제약이 가장 큰 문제인 만큼 통계청이 농가를 대상으로 시행 중인 다른 농업부문 조사와 농가경제조사의 표본을 같이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통계청의 미흡한 대응을 지적하며 정책 주무부처인 농정당국이 통계를 생성·주관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하기도 했다. 정책 목표대로 표본을 설계하고 통계를 바탕으로 정책 효과 등을 측정하면 통계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는 의견이다. 농업계에선 농가경제조사뿐 아니라 양곡소비량 조사, 쌀 생산량 조사 등에 대한 정확도 문제가 줄곧 도마에 오르고 있다. 특히 업계에서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하는 양곡소비량 조사의 경우 가구부문 표본수가 2022년 1540가구에서 지난해 1400가구로 축소됐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가수 감소를 이유로 양곡소비량 조사 표본 가운데 농가가구수를 줄일 경우 비농가가구 표본을 늘려달라고 통계청에 요청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장 시급한 사안은 내년이나 내후년에 농가경제조사 결과를 공표할 때 2인 이상 농가에 1인 농가를 합한 지표를 반영하는 것인데, 통계의 일관성 문제와 관련해 통계청과 협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