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레놀, 판피린…10년째 13개 품목 '안전상비의약품' 늘어날까

2025-02-17

[비즈한국] 가벼운 진통제나 감기약 등은 편의점에서도 살 수 있는 안전상비의약품​ 제도가 시행 중이다. 정부가 판매 의약품 품목을 늘리려고 추진 중이나 약사계는 안전성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약사계는 현재 안전상비비의약품 판매 관리가 부실하다며 올해부터 시행되는 ‘공공심야약국’을 대응책으로 내세웠다.

#사실상 11개 품목 판매…자문위원회는 개점 휴업 상태

지난해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안전상비의약품의 품목 확대와 관련한 질의가 이어졌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약사법에서는 20개 품목까지 안전상비의약품을 지정할 수 있지만 10여 년간 13개 품목으로 유지되고 있다”며 “지사제, 제산제 등을 추가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복지부는 “확대 필요성은 검토하고 있다”며 “2023년 9월 자문위원회를 운영하려고 했지만 의정 사태가 길어지면서 검토를 보류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13개 품목 가운데 어린이용 타이레놀 80mg과 타이레놀정 160mg은 제조사의 공장 해외 이전으로 국내 생산이 중단돼 사실상 안전상비의약품은 11개 품목에 그친다.

안전상비의약품 약국 외 판매 제도는 약국이 문을 닫는 공휴일, 심야 시간대에 의약품 구입 불편을 해소하고자 2012년 11월 도입됐다. 개정 약사법은 성분, 부작용, 함량, 제형, 인지도, 구매의 편의성 등을 고려해 20개 이내의 품목을 지정할 수 있으며, 3년마다 그 타당성을 검토해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2017년과 2018년 갤포스(제산제), 스멕타(지사제) 등을 포함하는 방안이 논의됐지만 약사회 측 인사가 자해 소동을 벌이는 등 강한 반발에 결국 결론을 내지 못했고, 안전상비의약품 지정심의위원회는 운영이 잠정 중단됐다. 이후 2023년 10월 자문위원회가 구성됐지만 활동은 없었다.

#약사계 “안전성, 부실판매 문제…공공심야약국 늘려야”

안전상비의약품 시장 규모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완제의약품 유통정보 통계집’에 따르면 안전상비의약품 공급금액은 2019년 435억 1400만 원, 2020년 456억 6700만 원, 2021년 443억 4600만 원, 2022년 537억 5300만 원, 2023년 581억 9400만 원으로 집계됐다. 2013년 154억 3900만 원과 비교하면 최근 10년 사이 3배가량 증가했다. 특히 코로나19를 겪으며 타이레놀 수요가 급증했고, 이후 다른 국가와 비교해 적은 품목 수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해 한국행정연구원이 발행한 ‘안전상비의약품 약국 외 판매제도 개선’ 보고서에 따르면 국가별로 약사의 복약지도 없이 구입할 수 있는 의약품의 개수는 영국 120개, 일본 600개, 미국 30만 개에 달한다.

안전상비의약품 품목 확대를 두고 약사계는 ‘안전성’ 등을 이유로 반대한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품목을 늘린다고 제도 자체가 완전해지지 않는다. 모든 의약품은 부작용을 전제로 한다. 접근성 강화도 필요하지만 그에 앞서 간과되지 말아야 하는 부분은 안전성이다. 제도가 과연 발전 가능성이 있는지를 고민해봐야 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유통자본의 먹거리로 내주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서는 안 된다. 해열 진통제 판매가 늘어난 것 또한 환자 수가 늘어난 것인지, 안 먹어도 되는 약을 많이 복용하게 된 것인지 중에 무엇이 원인인지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약사계는 판매업소에서 판매 준수사항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점도 반대 근거로 내세웠다. 시민단체 ‘미래소비자행동’에 따르면 지난해 조사대상인 판매업소 1036개소 가운데 94.3%(977개소)가 판매 준수사항을 1건 이상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일 품목을 1회 2개 이상 판매한 업소가 58.5%(612개소)로 가장 많았다. 안전상비의약품은 과다 복용 등의 안전 문제로 1회 1개 포장 단위만 판매하도록 제한하는데, 나누어 반복 결제하는 방식으로 판매한 것이다. 또 교육을 받은 판매자가 의약품을 판매해야 하지만 일부는 무인 매장에서도 구매가 가능했다. 서울시약사회는 “부실한 판매·관리 실태를 보면 안전상비약 판매 제도를 폐지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약사계는 올해부터 확대 시행되는 공공심야약국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저녁 시간대부터 다음날 오전 1시까지 운영되는 공공심야약국은 그동안 시범사업으로 정부, 지자체로 이원화돼 운영됐지만, 올해부터 정부 주도로 통합 운영된다. 대한약사회에 따르면 공공심야약국​은 올해 1월부터 129개 시군구에서 시행됐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단순히 안전상비의약품 개수를 늘리는 것보다는 공공심야약국을 확대해 필요한 약들을 안전하게 사는 것이 국민들에 도움이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권영희 대한약사회장 당선인은 공약을 통해 안전상비의약품 판매 제도의 안전성 평가 시행, 판매업소의 처벌조항 신설 등을 약속한 바 있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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