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2022년 두 번에 걸쳐 프랑스 정부로부터 문화예술 공로 훈장을 받고 스페인, 미국, 일본 등에서도 다수의 예술상을 수상한 영국인 사진작가 마이클 케나는 풍경 사진과 나무 사진으로 유명하다. 우리에겐 2007년 강원도 삼척시 월천리 소나무숲을 촬영한 ‘솔섬’ 사진으로 익숙한 사진가다. 2023년에는 사진인생 50주년을 기념하면서 서울 공근혜갤러리에서 나무를 주제로 한 전시 ‘철학자의 나무 Ⅱ’를 열기도 했다.
2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은 케나의 새로운 전시 주제는 ‘건축’이다. 9·11 이후 새로 지어진 뉴욕의 프리덤 타워, 마천루의 대명사인 크라이슬러 빌딩, 샌프란시스코의 골든게이트 브리지, 베니스의 산마르코 성당을 비롯해 얼마 전 복원을 마치고 재 오픈한 파리 노트르담 성당의 옛 모습 등 다양한 지역에서 촬영한 건축물 사진 200여 점이 한국 관람객들에게 처음으로 선보인다.
특히 ‘Study 10’ 시리즈 중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를 촬영한 작가 소장본이 특별 전시 및 판매된다. 케나의 건축 사진 중에서도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대표작으로, 그가 영국에서 미국으로 이주하며 정착한 제 2의 고향 샌프란시코에서 1990년 촬영한 초기작이다.
나무를 중심으로 한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담아온 작가의 도시 풍경이라니 낯설겠지만, 사실 케나의 사진 주제는 꽤나 방대하고 치밀하다. 영국 북부 도시의 화력발전소, 유럽에 잔재하는 나치 수용소, 한·중·일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의 사찰과 불상, 가톨릭 성당의 고해성사실 등 그는 여러 국가를 반복해 방문하면서 다양한 아이템을 시리즈로 제작하고 있다.
카메라 앞 피사체는 그때그때 바뀌지만 그의 사진 언어는 동일하다. 케나는 필름 카메라로 장시간 노출을 통해 촬영한 사진들을 전통적인 아날로그 흑백 은염으로 직접 인화하는 방식을 50년 넘게 꾸준히 고집하고 있다. 그의 사진 속에 존재하는 색은 흑과 백, 단 두 가지뿐. 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케나의 사진들은 수묵화처럼 간결하고 깊이감이 있다. 왜 그의 나무 사진들이 ‘철학자의 나무’라 불리는지 알 수 있다.
건축물은 자연보다 차가운 이미지다. 무뚝뚝해서 말을 붙이기도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케나는 특유의 흑백 사진 속에 인간이 만든 구조물이 자연과 어떻게 어우러지고, 시공간을 넘어 어떻게 이야기를 축적해왔는지 담담한 목소리를 담아뒀다. 1월 11일부터 2월 15일까지, 공근혜 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