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부가 감기에 걸렸을 때 흔히 먹는 아세트아미노펜 계열 약이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자녀를 출산할 위험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해열·진통제인 아세트아미노펜은 임신 중에 사용 가능한 약물 중 하나다. 하지만 출생 전 아세트아미노펜 노출과 ADHD 장애 위험의 관련성을 보고하는 연구가 늘어나고 있다. ADHD는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충동성을 핵심 증상으로 하는 신경 발달 장애다.

최근 정신건강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멘탈 헬스(Nature Mental Health)’ 저널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대 연구팀이 2006년부터 2011년 사이 임신부 307명의 혈액 샘플을 분석한 결과,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을 복용한 산모에게서 태어난 아이의 ADHD 유병률은 18%로 나타났다.
반면 아세트아미노펜을 복용하지 않은 산모에게서 태어난 아이의 ADHD 유병률은 9% 였다.
어머니의 혈액에서 아세트아미노펜 수치가 검출된 경우에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아이가 ADHD 진단을 받을 가능성이 3배 이상 높았다.
특히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을 복용했을 때 태아가 딸인 경우 ADHD 발병 가능성이 6배나 더 높았다.
이 같은 결과에 근거해 연구팀은 “출생 전 아세트아미노펜 노출은 ADHD를 비롯한 발달 관련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아세트아미노펜은 열을 내리는 데 사용되는 의약품 성분으로, 국내에서 유통되는 주요 약물이다. ‘타이레놀’이 대표적이다.
해당 약물은 임신 중에도 사용 가능한 약물로 알려져 있으며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에서는 ‘저위험 약물’로 분류된다. 이에 따라 전 세계 임산부의 약 41~70%가 아세트아미노펜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아세트아미노펜에 노출된 태아의 장기적인 신경발달 영향과 관련해 추가 연구가 시급하다”면서 “이 약물은 수십 년 전에 승인됐다. FDA의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ADHD는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충동성을 핵심 증상으로 하는 신경 발달 장애다. ADHD는 아동기에 주로 발병하지만 조기에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못하면 성인이 돼서도 문제가 지속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이 같은 연구결과를 토대로 지난 2023년 타이레놀과 다른 아세트아미노펜 해열진통제 제조업체를 상대로 400여 건의 소송이 제기된 바 있다.
김기환 기자 k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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