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헌의 심우도] 대한(大韓)-겨레 이름의 본디

2025-04-20

헌법은, 헌법재판소는 박근혜에 이어 두 번째로 대통령을 파면했다. 다음은 그 이유를 밝힌 판시(判示)의 한 대목이다.

‘헌법 수호의 책무를 저버리고 민주공화국의 주권자인 대한 국민의 신임을 배반하였습니다.’

세계챔피언이었던 왕년의 권투선수 홍수환, 1977년 11월 도전(挑戰)전 2라운드에서 4번이나 다운됐다. 3라운드에서 ‘지옥의 투사’라던 챔피언 카라스키아의 턱과 배를 통렬히 때려 눕혔다. 칠전팔기(七顚八起)를 떠올리는 ‘4전5기’, 지금도 많은 이들의 ‘신화(神話)’의 대명사다.

“엄마, 나 챔피언 먹었어.” 아들의 고함에 절규하듯 엄마는 “그래 대한국민 만세다.” 소리쳤다. 이 대목, 곧 얘기 거리가 됐다.

왜 ‘대한민국 만세’가 아니고 ‘대한국민 만세’냐 하는 시비(是非)였다. 기억에 따르면, 당시 신문 등은 (공식적인)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이 기뻐서 생각 없이 내지른 말쯤으로 이해하고 넘어가(자)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낭독한 이번 판결에 엄연(儼然)히 존재하는 ‘대한국민’도 그러할까?

우리나라 이름의 본디는 대한(大韓)이다. 구한말 고종황제는 그 이름에 제국(帝國) 칭호 달아 ‘대한제국’ 깃발을 세웠다. 다음 시대에는 ‘제국’ 대신 민국(民國)이 달려 ‘대한민국’이 됐다.

민국은, 민주주의와 공화국을 합친 민주공화국이란 정치체제의 이름이다. 왜(倭)가 지들 개화(開化) 때 받아들인 서양문물 중의 데모크라시(democracy)와 리퍼블릭(republic)의 합체다. 그 후 1900년경에 우리에게 처음 소개된 박래품(舶來品 수입품)인 것이다.

‘대한’의 (역사적) 연원(淵源)은 무엇인가?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1780)에는 한 중국 관리가 연암에게 “요즘 삼한의 사정은 어떠한가?” 묻는다. 조선시대의 우리를 대륙 등 동아시아에서는 일반적으로 ‘삼한’이라 지칭하였다.

우리 땅의 옛 마한(馬韓) 진한(辰韓) 변한(弁韓) 3개 ‘韓나라’가 삼한(三韓)이다. 다음에 백제가 된 지역의 이름 마한의 속뜻은 ‘큰 한나라’다. 말(馬)이 많다고 마한이었던 것이 아니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고대의 말은 강하고 아름다우며, 크다는 것을 상징하는 이미지였다.

크다 아름답다는 저 풀이, 지금도 한자사전에 들어있는 ‘馬’자의 의미다. 고종이 제국을 칭(稱)하며 ‘대한’이란 이름을 치켜든 소이(所以)려니, 우리 ‘대한민국’의 벅찬 의미이기도 하리라. 우리를 ‘한국’이라고 부르는 호칭의 근거다.

사람이 두 팔을 양 옆으로 벌린 (갑골문의) 그림에서 비롯된 ‘크다’는 뜻의 大는, ‘큰 사람’이면서 당연히 ‘큰 것’(의 상징)이다. 말(馬)의 거대한 이미지와 잘 어울리는 그림(글자)이다. 두 팔을 앞으로 모아 충성을 다짐하는 겸손한 그림인 사람 人(인)과는, 하늘과 땅의 차이겠다.

이 ‘대한국민’은, 그 귀한 속뜻을 품고, 헌법 전문에 실려 있다. ‘대한민국’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 대한국민 즉 대한의 국민(사람)의 의의다. 대한국민과 대한민국의 차이에 관한 명상은 결코 가벼울 수 없다.

말(언어)과 말이 품은 상징 또는 뜻은 문득 우리의 존재 의미를 설명한다. 말글의 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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