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 스타트업은 지금 ①] “내 길 가겠다”는 퓨리오사AI, 독자생존 방법론

2025-05-29

AI 반도체 시장이 격변하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가 AI 반도체 확보에 집중하고 있는 요즘, 국내에서도 독자 기술과 전략으로 도전장을 내미는 스타트업들이 성장하고 있다. <바이라인네트워크>는 AI 반도체 분야에서 각자의 색깔로 시장을 개척 중인 국내 주요 스타트업들을 시리즈로 조명한다.

“사자의 심장을 지닌 야수”

국내 AI 반도체 스타트업 퓨리오사AI가 글로벌 빅테크 메타의 인수 제안을 거절하자, 이 회사 창업자 백준호 대표를 두고 주변에서 나온 말이다. 퓨리오사AI는 국내 첫 AI 반도체 스타트업으로 이름을 알렸으나, 한동안 생존을 걱정할 정도로 자금난에 시달렸다. 그러나 메타의 인수설이 반전카드가 됐다. 퓨리오사AI에 대한 관심이 환기됐고, 그간 막혔던 투자 유치가 원활해졌다. 기회가 오자 백준호 대표는 생각했다. “개발 중인 칩을 접고 메타 칩을 개발하기보다 원래 꿈꿨던 우리 길을 계속 가 보겠다”고.

퓨리오사AI는 메타가 제시한 8억달러(약 1조1016억원) 규모의 인수 제안을 거절한 것이 지난 3월이다. 일확천금의 기회를 뻥 찬 셈이다. 그 후 두 달. 메타 인수합병 타진 소식 이후 회사에서는 여러모로 적잖은 변화가 있었다. 퓨리오사AI는 그간 어떤 일이 있었을까?

메타 거절 이후 분위기는 어떻게 바뀌었나

처음부터 퓨리오사AI가 메타의 인수설을 거절할 상황은 아니었다. 독자적인 길을 고집해 온 백준호 대표의 생각과는 달리, 회사 사정이 매우 안 좋았다. 메타 인수설이 돌기 직전에는 펀딩이 되지 않아 20억원 규모 신규 투자에 20억원의 신주 발행을 해야 할 정도로 돈이 부족했다. 당시 경쟁자인 리벨리온이 SK텔레콤 자회사 사피온과 합병하면서 주목을 받는 상태였고, AI 반도체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이 수익화에 성공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 때문에 투자 시장도 퓨리오사AI에 대한 투자에 소극적이었던 탓이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퓨리오사AI를 인수하려던 메타의 행동이 되레 퓨리오사AI의 기업가치는 인정받는 데 도움을 줬다. “메타가 관심 가진 회사”라며 “이 회사엔 무언가 있다”고 기술력을 높이 평가하는 기조가 자리 잡았다. 펀딩 상황도 개선되면서 독자 생존이 가능한 활로가 열렸다. 올 2월에는 메타와 어떻게 할 것인지 결정날 줄 알았는데 퓨리오사AI의 입장 발표는 3월 중반이 되어서야 나왔다. 그만큼 장고 했는데, 백준호 대표가 결국은 “독자생존하겠다”고 마음을 정했다.

백 대표의 결정에 직원 모두가 찬성한 것은 아니다. 임직원 중에는 메타 산하로 들어가는 편이 더 안정적이라는 의견을 가진 사람도 있었다는 후문이다. 다만, 회사가 어려웠을 때도 그만두지 않고 남아있던 임직원이 대부분이다. 메타와 합병하지 않겠다는 발표에도 대부분의 직원이 자리를 지켰다. 퓨리오사AI 관계자는 “인지도가 오른 덕에 회사의 문을 두드리는 인재가 늘었다”고 말한다. 최근 퓨리오사AI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개발자, 비즈니스 세일즈 마케팅, 금융 전문가 등 여러 분야의 인재를 충원했다. 내년까지는 50여명 정도를 추가 채용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메타와 한 집안 식구가 되진 않았지만 메타 덕을 여러모로 톡톡히 봤다. 투자 유치와 채용은 물론, 글로벌 네트워크를 다지는데도 도움이 됐다. 퓨리오사AI 관계자는 “최근 백준호 대표가 실리콘밸리에 방문했는데, 회사가 유명해지기 전이었다면 만나기 어려웠을 오픈AI와 xAI 등을 만날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퓨리오사AI의 향후 계획은?

퓨리오사AI의 주요 제품은 AI 칩으로, 1세대 ‘워보이’와 2세대 ‘레니게이드’로 나뉜다. 퓨리오사AI는 오는 6월 레니게이드 소프트웨어 최적화를 완료하고 평가를 확대할 방침이다. 기업과의 기술 검증(PoC) 결과는 6월 말에서 7월쯤 나올 것으로 보인다. 검증과 동시에 칩 양산 계획도 세워 놓은 상태다. 납품까지 걸리는 시기(대략 8개월 정도)를 감안, 이미 칩 양산 주문은 들어가 있는 상황이다.

시장 진입을 위한 초기 제품인 워보이, 그리고 기술력을 증명하는 ‘레니게이드’에 이어 퓨리오사AI는 2027년 출시 목표로 3세대 칩을 개발하고 있다. 퓨리오사AI 관계자는 “이 칩을 통해 본격적으로 매출 증대라는 차기 목표를 이룰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로벌로의 시장 확장은 당연한 수순이다. 인도 이동통신사 ‘지오’와 협력해 인도 내 다양한 사투리를 통역하는 통신사 서비스에 자사 칩 납품을 준비하고 있으며 현재 평가 단계에 있다. 또한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와 7월 2차 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다.

AI 반도체 수출을 목표로 하는 이상 퓨리오사AI도 미국의 대중 수출 통제 정책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미국이 “고성능 AI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금지한다”는 기준에 퓨리오사AI의 주력 제품인 레니게이드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퓨리오사AI는 레니게이드의 구조적 특성을 활용해 수출 전략을 변경할 방침이었다. 레니게이드를 구성하는 두 개의 프로세스 엘리먼트 중 한 쪽을 비활성화하면 면적당 성능이 절반으로 떨어진다는 점을 활용할 생각이었다. AI 반도체의 단위 면적당 성능을 기준으로 중국 수출 여부가 갈리는데, 절반이 비활성화된 레니게이드는 수출 기준을 충족한다.

생산 과정에서 수율 문제로 한 쪽 프로세스 엘리먼트가 동작하지 않는 불량 칩을 폐기하는 대신 중국에 수출하는 방법도 도입할 만하다고 본 것. 그러나 최근 미국이 엔비디아가 중국 수출용으로 개발한 저성능 칩 ‘H20’의 수출까지 금지하면서 퓨리오사AI는 일단 한 발 물러나 관망하는 중이다.

현실적인 기업공개(IPO) 시점은 2027년 초로 보고 있다. 당초 말해왔던 2026년보다는 다소 늦어진 시점이다. 다만, 매출이 빠르게 올라올 경우 그 시점은 당겨질 수 있다. 최근 기술특례상장 심사가 까다로워진 것이 기술 기반 스타트업에 허들인데, 최근 상황이 여러모로 퓨리오사AI에 친화적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른 상장 역시 가능한 시나리오로 보인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병찬 기자>bqudcks@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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