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 전 아브라함 비넨펠드는 이스라엘 정치에 실망해 해외로 이주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하지만 2023년 10월7일 가자지구 전쟁이 시작되면서 계획은 무산됐다. 그는 예비군에 소집됐고, 그의 두 형제는 전투부대에 배치됐다.
전쟁 발발 2년째인 지난달 휴전이 발효되면서 비넨펠드는 다시 해외 이주 준비를 시작했다. 그는 “사이렌 소리, 테러 공격, 전쟁, 이란의 미사일 공격 등을 겪으며 사는 것은 너무 힘든 일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에 스위스 로잔으로 이주해 천체물리학 박사후과정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살던 예술가이자 교사 미할 바르오르는 5개월 전 세살배기 아들과 함께 독일 함부르크로 이주했다. 가자지구 전쟁이 이주의 가장 큰 이유였다. 놀이터에서 부모들은 아랍계 교사가 보안에 위협이 될 수 있는지 물었으며, 예비군 병사는 어깨에 총을 메고 군복을 입은 채 아이들을 등원시켰다. 한 학생은 가자지구 전쟁에 나간 오빠가 가져왔다며 ‘기념품’을 갖고 왔는데, 가자지구 주민들의 집에서 가져온 개인 소지품들이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3일(현지시간) 지난 2년간 가자지구 전쟁과 베냐민 네타냐후 내각에 대한 불만 속에 해외로 이주한 이스라엘인이 수만명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중앙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이스라엘 시민 약 1000만명 가운데 8만명 이상이 해외로 이주했으며, 올해도 비슷한 수치가 이스라엘을 떠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스라엘 사회학자·인구학자들은 증가하는 이주민 대부분이 고학력·고소득자라고 진단한다. 또 세속적·진보적 성향을 지녔으며 네타냐후 정권에 비판적 입장을 갖고 있다. 이들 중 다수가 스타트업 기업 직원이나 의사, 고등 학위 취득을 원하는 학생, 젊은 부부와 젊은 가족들이라고 WP는 전했다.
전문가들은 고학력·고소득 계층의 이탈이 이스라엘에 장기적으로 경제적·사회적·정치적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타이 아테르 텔아비브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민자들 가운데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이스라엘 첨단 기술 분야 종사자들은 전체 노동 인구의 11%에 불과하지만, 세금의 3분의 1을 납부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인들의 이주를 돕는 기관 ‘세틀드인’의 창립자 다프나 파티시프릴룩은 가자지구 전쟁 이전에는 해외 취업 기회를 찾아 이주하는 이스라엘인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전쟁과 정치적 격변에서 벗어나고 싶어 이주를 원하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6월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12일 전쟁’으로 텔아비브가 이란 미사일 공격을 받은 이후 이주 문의가 급증했다고 밝혔다.
지난달에는 이스라엘 의회(크네세트)에서 가자지구 전쟁 발발 2주년을 맞아 이스라엘인 해외 이주에 관한 특별보고서가 공개되기도 했다. 자료에 따르면 2022년 해외로 이주한 이스라엘인은 5만9400명에 달했으며, 2023년에는 8만2800명으로 전년 대비 3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야당 길라브 카리브 의원은 “이스라엘인의 해외 이주 추세가 ‘쓰나미’ 수준이다. 많은 이스라엘 국민들이 이스라엘 밖에서 미래를 건설하는 것을 택하고 있으며, 귀국을 택하는 이는 점점 줄고 있다”며 “이러한 현상은 이스라엘 사회의 회복력을 위협할 것”이라며 정부의 대책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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