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발견 당시, 왕비 중 한 명 무덤 추정
조사·연구 끝 3500년전 ‘투트모세 2세’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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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에서 100여년 만에 파라오의 무덤이 발견됐다. 약 3500년 전 고대 이집트를 통치했던 투트모세 2세의 무덤으로, 이는 1922년 발견된 투탕카멘의 무덤 이후 처음 발굴된 파라오 무덤이다.
19일(현지시간) 이집트 고대유물부는 남부 룩소르 유적지인 ‘왕들의 계곡’으로부터 서쪽으로 약 2.4㎞ 떨어진 지점에서 발견된 무덤이 고대 이집트 18왕조 4대 파라오 투트모세 2세의 왕릉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집트와 영국 합동 고고학 조사팀은 무덤 입구를 2022년 처음 발견했으나, 당시에는 이곳을 왕비 중 한 명의 무덤이라고 추정했다. 무덤 입구가 투트모세 2세의 왕비이자 18왕조 5대 여성 파라오였던 하트셉수트 여왕의 무덤을 비롯해 왕족 여성들의 무덤과 가까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3년여에 걸친 조사와 연구 결과 무덤은 투트모세 2세의 것으로 확인됐다. 투트모세 2세의 미라는 200년 전 발견됐으나, 원래 매장지는 현재까지 알려지지 않아 왔다. 그의 무덤은 고대 이집트 18왕조의 파라오 중 유일하게 발견되지 않았던 왕릉으로 마지막 퍼즐이 맞춰진 셈이다.
수해 흔적으로 인해 무덤 내부의 보존 상태는 좋지 않았다. 그러나 발굴팀은 무덤 내 매장실에 접근하는 데 성공했고, 매장실 천장에서 파라오의 표식을 발견했다. 합동 조사팀 현장 책임자인 피어스 리더랜드 박사는 “천장의 일부는 보존돼 있었는데, 노란색 별이 그려진 파란색 천장을 볼 수 있었고 이는 파라오의 무덤에서만 볼 수 있는 표식”이라고 BBC에 말했다.
매장실에서 투트모세 2세의 이름이 새겨진 석고 항아리 조각도 발견됐다. 항아리 조각에는 왕릉과 관련한 종교적 비문인 암두아트의 일부가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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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 외에 무덤은 다른 유물 없이 비어 있었는데, 이는 도굴 때문이 아니라 무덤이 물에 잠길 것에 대비해 의도적으로 이장한 것으로 보인다고 조사팀은 밝혔다. 무덤이 두 개의 폭포 아래 쪽에 위치해 수장될 위기에 놓이자 매장 몇 년 뒤 미라와 유물을 다른 곳으로 옮겼을 것으로 연구진은 추정했다.
이집트 고대유물위원회 모하마드 이스마일 칼레드 사무총장은 “이번 발굴은 최근 몇 년간 이뤄진 가장 중요한 고고학적 성취 중 하나”라면서 “18왕조 연구에 있어 중요한 통찰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투트모세 2세는 가장 유명한 파라오인 투탕카멘의 6대조로, 기원전 1493~1479년 사이 고대 이집트를 통치한 것으로 추정된다. 투트모세 2세에 대해선 재위 기간에 다양한 추정이 나올 정도로 알려진 것이 많지 않으나, 그의 아내이자 이복 누이인 5대 파라오 하트셉수트 여왕은 고대 이집트 역사상 가장 강력했던 여성 통치자로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