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진의 ‘에스파냐 이야기’] (36회) 세비야 : 스페인의 황금시대를 연 도시

2024-10-11

멀고도 가까운 나라 스페인

스페인은 우리나라와 수교한 지 올해 73주년을 맞은 유럽의 전통우호국이다. 과거에는 투우와 축구의 나라로만 알려졌으나 최근 들어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 찾는 주요한 유럽 관광지다. 관광뿐 아니라 양국의 경제· 문화 교류도 활발해지는 등 주요한 관심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은진의 ‘에스파냐 이야기’ 연재를 통해 켈트, 로마, 이슬람 등이 융합된 스페인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소개한다.

세비야는 2000년 전 로마 시대 도시인 히스팔리스에서 시작됐다. 로마의 통치에 이어 5세기와 6세기에 반달족, 수에비족, 서고트족의 지배를 거쳐 8세기에는 무어인의 수중에 들어갔다. 13세기에 이르러서야 카스티야 왕국이 되찾아올 수 있었다.

세비야는 이베리아반도의 남쪽에 있는 스페인의 황금시대(Siglo de Oro)를 열었던 도시이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탐험한 후, 스페인은 1503년 신대륙과의 무역을 담당하는 국가기관인 카사 데 콘트라타시온(Casa de Contratación)의 본부를 세비야에 두게 된다. 이를 통해 세비야는 스페인이 신대륙과의 무역에 대한 왕실 독점권을 부여받은 유일한 항구가 됐다. 그곳에서 가지고 온 금은 보화 덕분에 스페인의 전성시대인 황금시대가 열리게 됐다. 오직 세비야의 내륙 항구에서 출발하고 돌아오는 범선만이 신대륙과의 무역에 참여할 수 있었기 때문에 모든 유럽의 상인들은 신세계로부터 오는 상품을 얻기 위해 세비야에 머무르게 됐다. 이때 도시의 인구는 유럽대륙에서 전례를 찾을 수 없었을 정도인 10만 명을 넘어설 정도로 번성하게 된다.

이처럼 역사적으로 찬란했던 세비야였기에 도시에는 많은 웅장한 흔적을 남겼다. 구시가지의 중심부에 들어서자 트리운포 광장의 웅장한 세 개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우리를 맞아준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곳은 세비야 대성당. 세계에서 가장 큰 고딕 양식의 세비야 대성당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유해가 안장된 곳이기도 하다. 대모스크 시절의 흔적이 남아있는데, 대성당의 북쪽에 있는 실내 정원인 오렌지 정원(Patio de los Naranjos)이 이슬람 때 만들어진 이래 그대로 보존돼 있다.

성당 입구 오른쪽에는 히랄다 탑이 있다. 원래 이 탑은 이슬람 모스크에서 가장 높이 세우는 첨탑인 미나렛(minaret)이었다. 스페인과 미국에서 수많은 탑을 짓는 데 영향을 준 히랄다는 알모하드 건축의 걸작이다. 1248년 세비야를 가톨릭이 재정복한 후에 탑을 허무는 대신 종탑으로 만들었다. 기독교 신앙을 상징하는 청동 조각상을 97m가 넘는 높이의 탑에 장식했다.

발걸음을 돌리면 세계에서 오래된 궁전 중 하나이자 여전히 사용되고 있는 레알 알카사르(Real Alcázar)에 이른다. 중세 시대에 세비야를 통치했던 알 안달루스의 우마이야 왕조가 왕궁으로 세웠다. 1995년에는 카를로스 전 국왕의 아들 결혼 연회가 열리기도 하는 등 지금까지도 스페인 왕실에서 왕궁으로 사용하고 있다.

세비야에는 오래된 건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세비야 시는 최근에 ‘세비야의 버섯’(세타스 데 세비야)을 지었다. 버섯 모양의 목조 구조물은 25m 높이까지 걸어갈 수 있도록 설계됐다. 도시를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세비야를 제대로 즐기는 유용한 팁 하나를 소개한다. 도시 곳곳에 있는 마차인 칼레사를 타고 석양 무렵의 도시를 둘러보는 것. 트리운포 광장을 거쳐, 세비야 대성당과 마리아 루이사 공원까지 간다.

이은진 스페인전문가·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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