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트 디즈니 컴퍼니(이하 디즈니) 스트리밍용 애니메이션 콘텐츠 제작을 중단하고, 다시 극장 중심 전략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OTT 전성기라 불리던 시기를 지나, 이제 애니메이션 산업의 무게중심이 다시 극장으로 회귀하고 있는 모양새다.

월트 디즈니는 최근 자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진행 중이던 스트리밍용 오리지널 콘텐츠 프로젝트 ‘티아나’의 제작을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티아나’는 2009년 개봉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 ‘공주와 개구리’의 스핀오프 시리즈로,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로 제작되어 2024년 공개될 예정이었으나, 약 4년간의 개발 끝에 사실상 보류 결정이 내려졌다.
디즈니는 ‘티아나’ 시리즈뿐만 아니라, 당분간 디즈니플러스에서 새로운 장편 애니메이션 시리즈 프로젝트를 진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신 기존 IP를 기반으로 한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에 집중할 계획이다. ‘공주와 개구리’의 세계관은 추후 극장 영화로 다시 확장될 예정이다.
이 같은 전략 전환의 배경에는 최근 극장에서 거둔 연이은 흥행 성공이 자리하고 있다. 2023년, 스트리밍 시리즈로 기획되었던 ‘모아나 2’는 계획을 수정해 극장 개봉작으로 전환되었고, 이 영화는 전 세계 박스오피스에서 10억 달러가 넘는 수익을 기록하며 다시금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브랜드 파워를 증명했다.
여기에 ‘인사이드 아웃 2’도 글로벌 흥행을 이어가며 애니메이션 장르에서 여전히 극장이 강력한 흡입력을 지닌 공간임을 확인시켰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 디즈니를 포함한 주요 스튜디오들은 스트리밍 플랫폼 중심의 콘텐츠 제작에 속도를 높였다. 디즈니 내부에서도 구독자 확보를 위해 영화 부서에 스트리밍 전용 장편 콘텐츠를 확대할 것을 요구했으며, 실제로 ‘소울’, ‘루카’등 주요 애니메이션들이 디즈니플러스로 직행됐다. . 하지만 이 같은 전략은 스트리밍 전용 콘텐츠는 구독자 증가 외에는 큰 매력이 없었다. 또한 스트리밍 콘텐츠는 공개 후 빠르게 소비되고 잊히며, 캐릭터나 IP에 대한 팬덤 형성도 극장 개봉작보다 훨씬 제한적이다.
그 결과, 현재 디즈니는 오히려 스트리밍이 아닌 극장에서 애니메이션을 개봉하는 방식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결론에 자체적으로 도달했다. 특히 애니메이션 장르는 가족 단위 관객이 주를 이루는 만큼, 극장에서의 ‘경험’이 소비의 핵심이라는 판단이다.
스트리밍 시대에 접어들면서 위축된 줄 알았던 극장이라는 공간이, 오히려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에서 가장 먼저 반등의 신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상징성을 갖고 있다. 디즈니의 방향 전환은 애니메이션 산업뿐 아니라 향후 IP 기반 콘텐츠의 유통 구조 전반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하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