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달러화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면서 중국이 아프리카 국가들을 중심으로 '위안화 국제화'를 시험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집트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을 포함한 여러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협력에서 위안화 사용을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모습이다.
17일(현지 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과 이집트 중앙은행은 최근 양국 간 무역과 투자에서 위안화 사용을 늘리기 위한 합의를 체결했다. 이번 협정에는 양국 간 통화 스와프, 판다본드(중국 본토에서 외국 기업이 발행하는 위안화 채권), 전자 결제 관련 협력 등이 포함됐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나이지리아, 앙골라 등 아프리카 여러 국가들도 중국과의 무역 및 금융 거래에서 위안화 사용을 늘리고 있다. 특히 나이지리아는 지난해 12월 중국과 150억 위안(약 2조 9000억 원) 규모의 통화 스와프 협약을 갱신하며 달러를 거치지 않고 직접 양국 통화를 교환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중국과 남아프리카는 2015년 300억 위안(약 5조 8000억 원) 규모의 통화 스와프 계약을 체결한데 이어 지난해 중국 국가개발은행과 남아프리카 개발은행이 21억 위안(약 4000억 원) 규모의 차관 협약을 체결했다. 두 은행이 위안화를 기반으로 금융 협력을 시작한 첫 사례로 평가된다. 또한 중국은 미국 주도의 국제 결제 시스템인 스위프트(국제은행간통신협회)에 대응하기 위해 '국경 간 위안화 지급 시스템(CIPS)'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아프리카 최대 은행인 남아프리카 스탠다드은행은 최근 CIPS를 채택해 중국과 아프리카 간 위안화로 직접 결제를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아프리카 수출입은행(Afreximbank)도 CIPS를 도입하면서 중국과 아프리카 간의 더 빠르고 저렴하며 자동화된 위안화 결제를 가능하게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CMP는 이러한 변화가 아프리카와 중국 간의 경제적 연결을 강화하고 있으며, 아프리카 무역에서 중국의 비중이 20년 전 5%에서 최근 20%로 급증한 점을 고려할 때 금융 부문에서도 위안화 사용이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짚었다. 특히 CIPS는 현재 187개 국가 및 지역의 4900여 개 금융기관에서 사용되고 있다.
중국과 아프리카 관계 전문가인 로런 존스턴은 "중국은 세계 경제에서 큰 경제 대국이지만 위안화는 아직 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중국의 자본 통제 등 역사적이고 경제적인 요인에 기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위안화 국제화는 수십 년에 걸친 개혁과 개방 정책처럼 점진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라며 "중국이 환율, 성장률, 무역수지 및 자본수지의 균형 등을 고려한 정책적 조정을 할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
아프리카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위안화의 점진적 국제화를 시험하기에 좋은 무대라고도 덧붙였다. 로런은 "이집트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브릭스(BRICS) 회원국이자 아프리카의 주요 경제국이지만 국제적으로는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낮다"며 "이 때문에 위안화의 국제화를 추진하기 좋은 곳"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