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형만 유예"…약가인하, 비혁신형 제약사엔 더 가혹

2025-12-29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정부가 추진 중인 제네릭 약가 인하 정책을 둘러싸고 산업계 반발이 커지는 가운데 약가 인하 유예를 '혁신형 제약기업'에만 적용하는 보완책을 놓고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제도의 일부 평가 기준이 단편적이라는 비판이 이어져왔기 때문이다.

제도 개선 논의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해당 기준이 약가 정책에 적용될 경우, 비혁신형 제약사들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제네릭의 약가 산정률을 기존 오리지널 약가 대비 53.55%에서 40%대 수준으로 하향 조정하는 약가제도 개편안을 추진 중이다. 대상은 2021년 일괄 인하 이후 등재된 기등재 의약품 4500여개로, 내년 하반기부터 단계적인 인하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약가 인하의 충격을 완화하고자 혁신형 제약기업 우대 정책을 내놨다. 제네릭 약가 산정률을 일괄적으로 낮추는 대신, 혁신형 제약기업에 대해서는 인하 폭을 일부 완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제도의 개편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는 점이다. 해당 제도는 '제약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의거한 제도로 연구개발(R&D) 능력과 글로벌 시장 진출 역량을 갖춘 제약사를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인증해 집중 지원하겠다는 취지가 담겼다.

인증 기준은 R&D 투자 비중이다. ▲의약품 매출액 1000억원 미만 기업의 경우 매출의 7% 이상 ▲1000억원 이상은 5% 이상 ▲미국·유럽 GMP 획득 기업은 3% 이상의 R&D 투자를 해야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신규 인증은 2년, 인증 연장은 3년마다 이뤄지고 있으며 인증받을 경우 3년간 지위를 유지하게 된다.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선정될 경우 정부 지원 R&D 사업 참여 시 가점을 부여받게 되며 약가 우대와 세제 혜택, 인허가 지원 등의 혜택을 받는다. 지난해 말 기준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혁신형 제약기업은 49개사로 이 중에는 전통 제약사 뿐만 아니라 바이오 벤처들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인증 기준이 제약사들의 단순 매출 대비 R&D 비율 중심으로만 가중치를 두면서 실제 R&D 여력이나 혁신성을 평가하기에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특히 혁신형 인증에서 제외되는 결격 사유 기준 또한 제도 개선 요구의 주된 배경으로 꼽힌다. 혁신 인증 기준에는 과거 일정 기간 내 행정처분이 포함돼 있는데, 개인의 일탈행위나 과거 행정처분 이력이 제약사 전체의 혁신형 지위 박탈로 이어지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중견 제약사 관계자 A씨는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을 받은 곳들 보면 상위권 제약사나 바이오 기업들이 대부분"이라며 "일부 중견 제약사들은 이미 R&D 투자를 확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래 전에 행정처분을 받은 이력에 발목 잡혀 재인증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제도 개편 없이 약가 인하 유예 기준에 이를 적용한다고 하니 비혁신형 제약사들의 타격은 더 큰 상황"이라며 "미래 지향적인 정책을 추구한다면 과거의 처분 이력은 해소하고 현재의 R&D 투자나 노력을 바탕으로 기준을 삼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소 제약사 관계자 B씨는 "비혁신형 제약사들은 제네릭 약가 인하 정책을 훨씬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약가 인하로 내년부터 매출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혁신형 제약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유예 적용마저 받지 못하면 R&D 투자 확대는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9월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기준 개편을 예고한 바 있다. 개선안에는 R&D 투자 관련 가산 요소를 추가하고, 결격 사유로 적용돼 온 리베이트 제공 및 행정처분 이력을 단일 기준이 아닌 횟수·정도 등에 따라 점수화해 반영하는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개편안이 내년 하반기 예정된 약가 인하 정책 시행에 앞서 선행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syki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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