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종전안으로 우크라 목 죄는 ‘우크라 출생 러 경제특사’ 키릴 드미트리예프

2025-11-23

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목표로 마련한 새 평화구상과 관련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인 키릴 드미트리예프 러시아 직접투자펀드(RDIF) 최고경영자 겸 러 경제 특사가 주목받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은 미국 의회와 정보기관 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드미트리예프 특사와 회동을 통해 마련한 새 종전안에 대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새 종전안은 지난 10월 말 미 플로리다 마이애미에서 드미트리예프 특사와 트럼프 대통령 측근인 스티브 위트코프 미 중동 특사, 트럼프 대통령 사위 재러드 쿠슈너 등 회동을 통해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28개 조항으로 구성된 새 종전안 초안은 크림반도 및 돈바스 지역의 러시아 병합 인정, 우크라이나군 축소,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포기 등 내용을 담아 우크라이나에 불리한 것으로 평가된다.

드미트리예프 특사는 미국 사정에 정통한 ‘지미파’다. 구소련 시절이던 1975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태어난 그는 14살 때인 1989년 미국으로 건너가 스탠퍼드대학교에 입학했다. 이후 하버드 경영대학원(MBA)을 거친 그는 맥킨지, 골드만삭스 등 금융권에 잠시 몸을 담았고, 사모펀드 경력에 이어 2011년 러시아 직접투자펀드(RDIF) 최고경영자가 됐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인연이 깊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드미트리예프 특사가 2016년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후 펀드에 지지 성명을 발표하도록 지시했다고 전했다. BBC에 따르면 그의 이름은 러시아의 2016년 ‘미국 선거 개입’ 및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간 유착 의혹을 조사한 로버트 뮬러 보고서에도 등장한다. 선거 후 아랍에미리트(UAE) 인맥을 활용해 트럼프 측 인사들과 비공식 채널을 늘려갔다는 내용이다.

드미트리예프 특사의 미국 내 영향력은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미 정부가 제재를 가하면서 감소하는 듯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재선과 함께 제2의 기회가 찾아왔다는 것이 중론이다. 올해 초 러시아에 억류됐던 미국인 마크 포겔과 미국에 잡혔던 암호화폐 거물 알렉산더 비닉 간 ‘포로 교환’이 그의 작품이다. 이 논의 과정에서 드미트리예프 특사는 위트코프 특사와 관계를 발전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푸틴 대통령과의 관계 역시 튼튼하다. 그의 아내 포포바 드미트리예프는 푸틴 대통령의 딸 예카테리나 티호노바의 친구이자 동료로, 티호노바가 이끄는 기술 기업 이노프라크티카에서 부사장을 맡고 있다. 미 재무부가 그의 펀드를 제재하면서 “공식적으로는 국부펀드이나, 푸틴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널리 인식된다”고 이유를 설명한 것은 사실상 ‘돈맥’의 존재를 드러낸 것이기도 했다.

드미트리예프 특사가 비즈니스맨인 트럼프 대통령과 ‘말이 통하는’ 사람이어서 외교적으로 최근 중용됐다는 평가도 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 백악관에 앞으로 체결될 평화 협정이 ‘돈이 된다’면서 북극을 비롯한 미·러 협력 분야에서 수십억 달러 규모 계약이 체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BBC는 드미트리예프 특사가 청소년기 미국 유학 중 지역 신문에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제국의 일부가 되기 전 오랜 기간 독립 국가로 존재해 왔다”는 글을 싣는 등 한때는 ‘친우크라’ 입장었다고 전했다. 영국 가디언은 “러시아의 가장 공격적인 옹호자 중 한 명이 우크라이나 출생이란 것은 누군가에겐 놀라울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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