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여자도 징집 대상”…유럽, 여성 포함 ‘징병제’ 부활[이현호의 밀리터리!톡]

2025-11-22

한달 전인 지난 10월 13일(현지 시간) 독일 언론들은 러시아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재무장에 나선 독일이 ‘선택적 징병제’ 도입을 놓고 정치권이 분열되고 있다는 소식을 보도했다.

집권여당인 기독민주당(CDU)은 의무 복무를 강조한 반면 연립정부 파트너인 사회민주당(SPD)은 자원 복무에 중점을 두면서 선택적 징병제 법안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이 열리기 직전 취소되는 사건까지 벌어졌다. 이 때문에 해당 법안이 연방의회 통과 여부가 불투명해졌다고 전했다.

독일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 집권기인 2011년 징병제를 사실상 폐지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전쟁의 장기화로 안보 불안감이 커지면서 징병제 부활을 4년째 논의해오다 올해 5월 집권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는 “강한 독일 군대를 만들겠다”고 선언하고 현재 18만 수준인 병력을 26만 명으로 늘리는 것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의무복무제를 재도입하려는 계획은 연립정부 내 갈등으로 막판 혼란에 빠진 것이다.

징병제 재도입을 놓고 세대 간 갈등 조짐도 보였다. 독일 여론조사전문기관 포르사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독일 국민 54%가 징병제 복귀에 찬성했다. 하지만 정작 징병 대상인 18~29세에선 반대 의견이 63%로 훨씬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한달 뒤 11월 13일(현지 시간) 독일 정치권이 최근 자원입대를 유지하되 신병이 부족하면 징집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병역제도 개편안’에 합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독일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사회민주당(SPD)은 오는 2027년부터 해마다 만 18세가 되는 남성 30여만명 전원을 대상으로 신체검사를 하기로 했다. 이는 징병을 염두에 둔 선 조치에 합의한 셈이다.

이에 따라 독일은 내년부터 만 18세 남녀에게 설문지를 보내 군 복무 의사를 묻게 된다. 남성은 의무적으로 답변해야 한다. 입대를 자원받은 뒤 병력이 목표치에 못 미칠 땐 의회의 법률 개정을 거쳐 징병제로 전환하기로 합의했다. 부족한 병력은 무작위 추첨으로 뽑는다. 군 복무 기간은 최소 6개월로 연장도 가능하다. 월급은 약 2600유로(약 440만 원)를 받는다. 1년이상 복무하면 운전면허 취득비용 지원 등의 혜택도 준다.

독일 정치권은 올해 안에 병역법을 개정할 계획이다. 독일 국방부는 현재 18만 명인 병력 규모를 앞으로 10년여간 약 27만명 수준으로 50% 늘릴 방침이다. 예비군 제도도 강화해 전체 동원 가능 병력을 냉전기 때와 유사한 46만명으로 확충할 예정이다.

사실 유럽 대부분 국가는 냉전 종식 이후 징병제를 폐지했다. 현재 EU 회원국 가운데 공공기관 대체복무를 포함한 의무복무 제도를 운영하는 나라는 오스트리아·키프로스·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핀란드 정도다. 최근 들어 러시아로 촉발된 전쟁 위협이 높아지면서 유럽 주요 국가들이 앞다퉈 징병제 부활에 뛰어들고 있다.

1990년대 소련 붕괴 이후 급격한 군축과 함께 모병제로 돌아섰다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다시 전쟁 대비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크로아티아·라트비아·세르비아·덴마크 등 중소 국가들에 이어 인구와 경제 규모에서 유럽연합(EU) 최대국인 독일까지 사실상 징병이 가능한 새 병역 제도를 확정했다.

젊은 남성 유권자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국가 안보를 위해 속속 징병제 부활을 시작하는 것이다. 이런 인식과 제도적 변화는 유럽 내 다른 국가들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발칸반도 크로아티아가 18년 만에 징병제를 부활시키기로 했다. 유럽매체 유로뉴스에 따르면 크로아티아 의회는 지난 10월 24일(현지 시간) 의무복무 재도입 법안을 찬성 84표, 반대 11표로 가결했다. 이에 따라 내년에 19세가 되는 2007년생 징집 대상자들이 올 연말까지 징병검사를 받고 내년 1월부터 2개월간 기본 군사훈련에 소집된다.

크로아티아는 공산권이었던 옛 유고슬라비아연방이 1991년 쪼개진 뒤 1995년까지 세르비아계 반군과 독립전쟁을 벌였다. 이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에 앞서 군대를 직업군인 중심 정예군으로 개편하기로 하고 2008년 모병제로 전환한 바 있다.

구소련 국가로 러시아와 국경을 마주한 라트비아는 지난 2024년 17년 만에 징병제를 부활시켰다. 유럽 내에서 군비 증강 속도가 가장 빠른 폴란드는 징병제와 유사한 ‘의무 군사훈련 확대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다.

세르비아도 내년부터 19세 이상 남성 전체를 대상으로 의무 훈련을 시행할 계획이다. 벨기에도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이후 징병제 재도입 방안에 대해 국방부·의회 차원의 논의가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심지어 부족한 병력을 충족하기 위해 여성도 징병 대상에 포함하는 제도까지 시행하고 있다. 인구가 상대적으로 적은 북유럽과 발트 국가들이 주로 여성을 대상으로 한 징병에도 나서고 있다.

지난 7월 1일(현지 시간) 덴마크는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도 징병 대상에 포함하는 새 제도를 시행하고 병사의 의무복무 기간도 기존 4개월에서 11개월로 늘리기로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래 거세진 러시아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국방 역량을 강화하고 국방 투자를 늘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의 기조에 부응하기 위한 조치다.

이에 올해 7월 1일부터 만 18세가 되는 덴마크 여성은 남성과 마찬가지로 추첨에 따른 징병 대상에 포함된다. 덴마크는 일단 남녀 모두 지원병으로 받되 모자라는 병력은 추첨에 따른 징병으로 채우고 있다. 예전에는 남성만 징병 추첨 대상에 포함됐다. 이 같은 양성평등 징병제 개혁은 지난 2024년 합의돼 2027년 시행을 목표로 했지만 안보 위협이 거세지면서 시행 시기를 앞당긴 것이다.

앞서 노르웨이는 2015년, 스웨덴은 2019년부터 남녀를 똑같이 징병 대상으로 묶었다. 라트비아·핀란드·리투아니아·에스토니아 등도 여성 의무 복무 도입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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